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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화예술가-홍경태 조각가] 철로 만든 편지…"그 안에 간절함 담죠"

진정성 부족한 SNS 세상 아날로그 감성 살려 창작 / 꾸준히 작업…국전 수상, 내년 말 개인전 준비 한창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미술은 우리가 놓치는 부분을 생각하게 합니다. SNS는 타인에게 경솔하게 다가가는 측면이 있는데 편지는 가장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메시지를 전하는 매체입니다.”

 

이번 달 초 제3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 우수상을 받은 홍경태 조각가(30)는 철로 편지를 만든다. 반쯤 열린 편지봉투와 누군가의 사연이 적힌 편지지가 겹쳐 있다.

 

그의 편지 작업은 디지털 문화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시작했다.

 

그는 “SNS로 소통한다고 하지만 그 특성상 쉽게 다가가고 깨진다”면서 “채팅방의 경우 바로 읽지 않고 답장도 하지 않으면 씹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마음을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손글씨라 여겼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 첫 개인전 이후 편지에 천착하며 지난해 두 번째 개인전부터 선보였다. 올 한국미술대전에도 ‘선택’이라는 작품으로 상을 받았다.

 

“저희는 항상 선택받는 입장이잖아요. 수많은 이력서 가운데 한 장으로, 다른 이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의미를 담았는데 정말 선택이 됐습니다.”

▲ 홍경태 作 ‘운석 - 하늘에서 내려온 편지’

현재 전북대 미술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15㎜ 두께의 철판을 자르고 용접하며 담금질을 하고 있다. 편지지의 경우 일반 철판을 두 장 겹쳐 일부를 긁어내 글씨를 나타내고 편지봉투는 온도 조절로 자연스럽게 휘도록 구현한다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지역과 전국 단위의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작업의 연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개인전이나 공모에 지원할 때 작업에 힘이 실린다”며 “나태함을 방지하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작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가 조소를 전공하게 된 것은 사과 때문이었다. 어릴 적부터 미술학원에 다니고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데생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미술 입시학원에서 서양화의 기본과정으로 사물을 데생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사과에서 벽돌, 곰인형 등으로 진도를 따라가는데 저는 한 달 넘게 사과만 그리니까 원장 선생님께서 조소를 권유하셨어요.”

 

평소 사극을 즐겨본다는 그는 2012년 첫 개인전 때 전통을 소재로 한 병풍을 선보였다. 공간을 나누고 그 성격을 규정하는 사물에 일월오봉도를 입혀 철이라는 소재로 풀어냈다.

▲ 홍경태 作 ‘신 상주문 (新 上奏問)-부치지 모탄 편지’

그는 “큰집에 제사를 지낼 때 뒤에 세워진 병풍을 보고 공간과 장소에 따라 상징과 쓰임이 달라지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처음에는 철판에 명암과 입체를 표현하는데 애를 먹었지만 플라즈마 절단기와 가우징 기법을 통해 철판의 표면에 열을 가하고 깎아 그림을 그리듯이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순수예술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그는 끊임없는 작품 활동으로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내년 하순을 목표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편지 봉투를 박스화해 운석처럼 나타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광활한 우주에서 날아와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을 다른 우주에서 보내는 메시지로 설정했습니다.”

 

개인전은 작가의 이야기라는 그는 “학부 때 했던 큐브 작업도 계속 발전시키고, 상상한 사물과 함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하고 싶다”며 “작품활동은 자아를 찾는 과정으로 다양한 소재의 작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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