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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공예 명장 김 옥수 명인 "신도들이 불상 보며 마음의 평안 얻을 때 가장 보람"

석불은 얼굴이 중요, 얼굴 부분은 직접 참여 / 석공도 예술, 바른 마음가짐으로 작업해야 / 돌문화 보존 주도, 기능공 양성학교 설립 꿈

▲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인 김옥수 명인이 불상 작업을 하고 있다.

익산(益山) 금마(金馬)면 일원은 옛 삼한 중 최대 세력을 자랑했던 마한(馬韓)의 중심부였고, 백제 말기의 수도였으며, 왕궁리 유적지와 동양 최대의 절터 미륵사지를 보유한 한반도의 고도(古都)이다.

 

국내 정치·문화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 지역에서는 예부터 ‘돌 문화’가 크게 번성했다. 전탑과 목탑이 발달한 중국·일본에 비해 석탑이 발달한 한국에서 석재 자원이 풍부한 익산이 과거에 주목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지난 15일 익산 ‘일심석재’를 찾아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이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6호 김옥수(61) 명인을 만났다.

 

“사람이 살면서 발 디디는 모든 것에 돌을 필요로 합니다.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깔고 항만을 만들고 석축을 쌓고 댐을 막는데도 70%가 돌이 들어갑니다. 한국에 돌이 흔하니 사람들이 소중함을 모르는데, 돌은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입니다.” 김 명인은 돌의 가치를 강조하며, 특히 수 천년에 이르는 한국 석재문화 형성에 익산의 ‘황등석’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강조했다.

 

-석공예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요.

 

“시골에 살면서 부모님이 경제적인 문제로 많이 힘들어 하셨습니다. 보성군 득량면에서 14세까지 살았는데, 당시 5월 보리 벨 때 낫 던지고 도망 나와 무작정 상경했지요. 고향 선배들을 찾아가 처음 1년간 삼양동과 장충동 등지에서 간장 장사를 했습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15세) 망우리에 가 석재기술을 배웠어요. 3년 3개월만에 기술을 마스터했습니다. 손재주가 좋기도 했지만, 쇠자로 맞아가며 도제식으로 정말 혹독하게 배웠습니다.”

▲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인 김옥수 명인이 불상 작업을 하고 있다.

-익산에 정착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익산에 온지 딱 30년 됐습니다. 이곳은 황등석 산지이기 때문에 자재 조달이 쉽고, 자유수출지역이 있어 일본으로 수출한다던가 하는 판매 여건이 예부터 좋았습니다. 사업 조건이 좋은 셈이지요. 1985년 당시에 직원이 약 200명 있던 ‘동양석재’라는 일본인 회사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스카웃 돼 4년을 근무했어요. 그 이후 ‘일심석재’를 설립했습니다. 사업자 등록은 1992년이지만, 3년 정도 앞서 시작했지요. 옛날엔 다 그렇게 했습니다.”

 

-요즘도 절 등에서 석불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아는데, 작업을 직접 하시는지.

 

“그럼요. 사찰에서 여전히 많이 필요로 합니다. 전국 웬만한 사찰의 불상이나 석탑, 석등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산소일이나 조형물 등 돌과 관련된 작업은 다 합니다. 요즘 진폐증을 앓아 건강이 좋지 않으니 중요한 부분 위주로 작업합니다. 불상은 ‘얼굴’이 중요합니다. 모든 예술은 얼굴 묘사가 가장 어렵습니다. 동물상과 달리 사람 얼굴은 여차하면 할아버지 얼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만은 직접 작업합니다.”

 

-작업을 하시며 담는 정신은 무엇인가요. 철학이 궁금합니다.

 

“사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천직으로 생각하는 만큼 정말 훌륭한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작품이 소비자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좋은 제품이 되길 바라는 게 제 평생의 지론입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러 와서 기분 좋게 갈 수 있도록, 니즈(needs)를 만족시키는 게 우선입니다. 석공도 예술인만큼, 이를 위해서는 정성과 바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사람 손으로 깎아내는 것이지 않습니까. 불상을 다루는 사람을 불모(佛母)라 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력을 유지한 채 작업합니다. 그래서 내가 전에 부처님을 모신 후 수많은 신도들이 올 때, 불상을 보며 다들 좋아하고 내게 감사한 마음을 표할 때 참 뿌듯합니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이 생기는 제일 보람된 순간이지요.”

 

-한중일 3국 불상의 특징이 다른 것으로 아는데.

 

“우리나라 불상은 이른바 동양적인 얼굴입니다. 한국인들은 좀 둥글고 통통한 걸 좋아하지요. 반면 일본인들은 불상이 갸름하고 날씬한 걸 좋아합니다. 삼국 중 한국 불상에서 편안함이나 자비로움이 제일 많이 읽힙니다. 한국인 성향에 중국 불상은 안 좋게 생각합니다. 눈이 튀어나오고 표현이 강하거든요. 온화한 표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척에 있는 미륵사지 석탑 복원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사실 미륵사지 때문에 잡음이 많습니다. 올바른 길로 가지 못하고 있어요. 지역에 가까이 계시는 분들께 자문과 협조를 구하면 좋은데, 그동안 그런 게 아주 부족했지요. 내 지역 제일가는 석재 문화재 아닙니까. 시간이 되면 언제든 같이 상의 할 텐데, 안 불러주는 석공이 가서 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기술력이 없어 복원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의견 충돌이 잦다 보니 일이 지연되고 중단되는 거예요. 안타깝습니다.”

▲ 익산 황등석 원석들이 쌓여 있다.

-석재 산업발전에 걸림돌이라면.

 

“황등석을 그간 많이 채취해 매장이 풍부하지 않습니다. 익산에 아직 미개발 석산이 꽤 있기 때문에 새로 개발하면 좋은데, 돌을 캔 후 복구비가 너무 비싸다 보니 사업자들이 석산 개발 엄두를 못 내요. 가로 세로 30㎝ 당 2년전에 비해 2000원이 올랐습니다. 이처럼 원자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면 돌(원석) 값이 계속 오릅니다. 인건비도 오르죠. 하지만 완제품 판매 단가는 그 비율로 올릴 수가 없어요. 석재 업체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기능공 양성이 안 되고 있어요. 돌이 많아도 기능공이 없으면 제품을 생산할 수가 없지요. 제가 2000년도 이전부터 기능공 양성 학교를 세워보려고 무척 노력을 했는데, 행정력이나 경제적인 부분이 뒷받침이 안 됐습니다. 국가에 건의를 해보면 그 순간만 넘어가 버리고 유야무야 돼요. 기능공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설이 있어야 수 천년을 이어온 한국 석재 문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숙제입니다.”

 

△김옥수 명인의 돌 사랑

 

김 명인은 사)돌문화보존회를 12년째 이끌고 있다. 기능공 양성·국보급 문화재 석재 보수·각종 석재 사업 관련 정보 교환·기술력 강화 등을 꾀하는 단체다. 이곳을 중심으로 ‘민속 돌 다루기’를 추진하고 있다. 민속 돌 다루기란 과거 산에서 돌을 채취해 운반하고 가공해 터를 다져서 세우는 과정을 재현하는 것이다.

 

그는 ‘민속 돌 다루기 과정’이라는 책자도 발간했다. 돌 다루기 놀이 전(全) 과정과 ‘영차 영차’하는 노동요 등을 작사했다. 그는 한국 석재 산업이 수 천년 동안 찬란했으며, 훌륭한 민속놀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2010 전북 민속예술축제’에서 ‘익산 돌 다루기 놀이’(탑성놀이)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 익산 '황등석'

 

- 쓰임새 제일 많은 국내 최고 화강암

 

익산시 황등면과 금마면·함열읍 등 전북 최북단에서 생산되는 ‘황등석’은 화강암으로, 국내에서 가장 쓰임새가 많고 유명한 돌로 꼽힌다. 김옥수 명장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150여 가지의 돌 중 황등석의 쓰임새가 다방면에 걸쳐 제일 많다. 하얀 회백색인 황등석은 물을 뿌리거나 비를 맡으면 쑥색 비슷한 색이 나와 미관상 보기가 매우 좋다. 철분 함유량이 적고 돌 강도도 좋아 건축 자재나 조각, 각종 석재 조형물에 적합한 재질로 평가받는다. 생산량도 비교적 많은 편이고, 익산지역에 미개발 석산도 많은 상황이다. 익산지역 화강암의 매장 규모는 1072㏊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익산의 석재산업은 1915년 이리역 개통으로 인해 익산이 전라도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수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또 1973년 수출자유지역 지정도 산업 부흥에 큰 몫을 했다. 지난 1992년에는 익산의 석재 생산량이 전국의 70% 가량을 차지했다는 기록도 있다. 익산 외 전국 유명 석재 산지로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경기 포천시·전남 고흥군·경남 거창군 등이 꼽힌다.

이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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