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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서 영화 '동주' 찍은 이준익 감독 "시민들 관심과 배려 속 편안하게 촬영했어요"

시인의 삶과 문학 스크린에 / 전주·익산 등 도내 곳곳서 일제 강점기·거리 풍경 연출 / 남원 서도역 가장 기억 남아

▲ 지난 15일 오후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열린 ‘동주’시사회를 앞두고 이준익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1945년 2월 16일, 시를 사랑했던 한 청년이 일본의 형무소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자신이 사랑한 세상을 바꾸려 했던 또 한 명의 청년도 그 곁에서 차가운 주검이 됐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는 71년이 지난 현재 각각 민족 시인과 독립운동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만 스물여덟의 동갑내기, 윤동주(강하늘 분)와 손몽규(박정민 분)의 이야기다. 「동주」는 윤동주의 전기적 영화로 머물지 않고 그와 같은 집에서 세 달 차이로 태어난 사촌이며 절친한 벗인 손몽규의 삶을 교차시켜 그리고 있다. 태어나고 죽은 곳이 같았던 두 사람이 평생을 함께 하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시대상도 고스란히 흑백 화면에 담겼다.

 

지난 15일 오후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열린 「동주」 시사회를 앞두고 만난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함께 다루려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모두가 윤동주의 시를 외우며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의 삶을 향한 관심은 크지 않다”며 “작품이 쓰이게 된 시대를 살피지 않고서는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는 얕은 이해에 멈추게 된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일련의 사건과 고조된 감정은 때맞춰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시와 어우러지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 감독이 윤동주에 대한 기록을 통해 시가 창작된 동기와 시대상황을 고려하고, 상황에 가장 알맞은 작품을 삽입한 결과다.

 

특히 이 감독은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 윤동주의 하숙집 등 영화 속 배경의 상당 부분을 전주·익산 등지에서 촬영하며 일제 강점기의 거리와 풍경을 연출했다.

 

부안테마파크에서 전작 「사도」로케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던 이 감독은 전북을 즐겨 찾는 이유로 곳곳에 남아있는 고즈넉한 정취와 편안한 촬영 분위기를 꼽았다.

 

이 감독은 “전주에서 많이 찍었지만 남원 서도역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그곳에는 일제 강점기에 지은 관사가 보존돼 있는데 내부를 단장하고 윤동주의 하숙집으로 촬영하는 동안 역사 주변의 철도와 풍광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송몽규의 재교토 조선유학생 회합장소로 쓰인 익산문화재단 내 옥탑방 역시 예스러운 느낌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로케이션 촬영을 하다보면 주변에서 불편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전북에서는 편안함을 느낀다”며 “사람들이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세련된 매너를 가지고 있다”고 지역의 성숙한 문화에 깊은 만족감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서도 “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함을 가지고 있다면 전주는 독창성과 소박한 가치를 품고 있다”며 “그간 저예산, 독립영화처럼 새로움을 창출해온 전주국제영화제 고유의 성과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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