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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처럼 반짝이는 아이들 세상

박성우 그림동시집 〈우리 집 한바퀴〉 〈동물 학교 한 바퀴〉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산책을 하고, 대화를 나눈다. 가족의 일상은 이렇듯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한뼘씩 자란다. 학교도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공간이다. 배우고 나누고 때로는 다투면서 상처도 입지만 그곳에서 아이들은 소통하고 더불어사는 법을 깨친다. 박성우 시인이 유아와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동시집 〈우리 집 한 바퀴〉와 〈동물 학교 한 바퀴〉(창비)를 펴냈다. 아이들이 어떠한 생각과 말, 몸짓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자라는지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담아냈다.

 

〈우리 집 한 바퀴〉에 등장하는 규연이는 아홉살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고, 시골에는 할머니가 계신다. 규연이는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 엄마 아빠를 도깨비 유치원에 보내겠다고 할 만큼 천진하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당차게 이야기한다. ‘어이쿠, 우리 딸 내복 무릎에 구멍이 났네? / 괜찮아 엄마랑 아빠만 보는데 뭐 어때.’(구멍난 내복)

 

시인은 나지막한 가족의 목소리에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아껴야 할 가치에 주목한다. ‘의자도 처음엔 / 우리처럼 다리가 둘이었대. // 한데 너무 힘들어서 / 의자와 의자는 / 둘이 꽉 껴안고 서 있게 되었대. / 그랬더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대. / 그 뒤로 의자 다리는 넷이 되었대. //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는 의자가 되었대.’(의자)

 

아이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도 가만히 펼쳐 놓는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말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더욱 정확하고 날카롭다. ‘구름하고 바람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 싸우면 안 돼. // 개미하고 코끼리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 싸우면 안 돼. // 호랑이하고 도깨비하고 싸우면 누가 이길까? / 아빠도 참, 싸우면 안 된다니까! / 아빠하고 나하고 싸우면 좋아?’(누가 이길까?).

〈동물 학교 한 바퀴〉에는 기린 악어 원숭이 하마 캥거루 고슴도치 등 50여종의 동물이 다닌다. 코알라는 하루종일 잠자기만 공부하고, 박쥐는 깜깜한 교실에서 공부한다. 나무늘보는 거꾸로 매달리기를 좋아하고, 거북이는 시력검사를 할깨 목을 길게 뺀다. 동물학교는 이렇듯 유쾌하다.

 

전갈은 날카로운 집게 때문에 북을 찢고, 멸치들은 몰려다니는 덕분에 늘 소란하다. 물고기는 수학시간에 졸고, 말미잘은 늘 몸을 흔들고 있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개구리와 배를 내미는 복어의 모습에서도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 붕어야, 갖고 싶은 게 있거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 입만 뻐끔뻐끔하지 말고 엄마 아빠한테 또박또박 말해. / 똑바로 말을 해야 튜브도 사 주고 물놀이도 하러 가지.’(붕어야, 또박또박 말해)

 

학교에서 상처받거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물들도 있지만 동물학교에서는 아무도 외롭지 않고 주눅들지도 않는다. 따뜻한 친구와 선생님이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 저는 가시 때문에 / 풍선 불기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 // 그렇지만 엉덩이로 풍선 터트리기는 니가 최고잖아. / 그러면 됐어.’(고슴도치)

 

시는 간결한 구절속에 풍부한 상상력이 숨어있고, 발랄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시인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자기 언어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온전한 존재라는 믿음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동시로 옮겼다”며 “아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두 동시집은 박세영 작가의 따스한 그림으로 더욱 흥미롭고 풍성해졌다.

 

정읍에서 살고 있는 시인은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과 동시집 〈불량 꽃게〉, 청소년시집 〈난 빨강〉, 그림책 〈암흑 식당〉, 산문집 〈창문엽서〉 등 감성이 돋보이는 책을 잇따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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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정 eun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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