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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쩌둥 보다 모택동이 쉬워"…김병기 전북대 교수〈북경인가, 베이징인가〉

중국어 원음대로 표기 비판 / 한글·한자 장점 활용 필요

‘한국(韓國)을 중국인은 한궈로, 일본인은 간고꾸로 읽는데 왜 우리는 북경(北京)을 베이징으로 읽으려 하는가.’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가 쓴 <북경인가, 베이징인가?> (어문학사)는 중국의 지명·인명에 대한 원음주의 표기법을 비판하고, ‘한글전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책이다.

 

원음주의 표기란 나라의 지명이나 이름을 그 나라의 발음 그대로 쓰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과일 ‘orange’를 ‘오렌지’가 아닌 ‘어륀지’로 표기·발음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문제는 영어가 아닌 ‘한자’의 경우다.

김 교수는 한자가 비록 중국에서 비롯되었으나 이미 한민족이 2000여년간 써왔고 고유의 발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만 중국 현지어 원음대로 읽고 표기하는 것은 민족과 국가의 자존심을 시궁창에 버리는 처참한 사대주의다’고 날선 비판을 가한다. 단지 서로 뜻만 통한다고 놔두는 편리주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자로 쓰인 고전문학작품이 모두 중국의 것이 아닌 사실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현용 한국어가 중국어 발음을 중국 현지에서 사용되는 것처럼 적을 수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데도 그 어원이나 의미전달 목적이 아닌 ‘발음 베끼기’에만 몰두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마우쩌둥이나 떵샤오핑 대신 모택동, 등소평으로 표기하면 발음하기도 편하고 그들의 성 씨는 물론 이름의 뜻도 한자를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겠냐는 것.

 

특히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중국에게 ‘서울’을 ‘首爾’(수이, 서우얼)로 표기해달라고 요청한 일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이처럼 현대사회가 원음주의를 고집하게 된 배경에는 ‘광복 후 일제로부터 한글을 되찾은 기쁨에 들뜬 한글전용론자들’이 있음을 지적하며 불합리한 어문규정에 따른 폐해 사례를 들며 강조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서론에서 “막연한 보수적 입장 혹은 옛날에 대한 향수를 들먹이는 차원에서 한자 사용을 권장하거나 한문 읽기를 권하는 의도로 책을 쓰지 않았다”며 “우리나라는 표음문자인 한글과 표의문자인 한자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축복을 팽개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서예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중국문화학회장,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전북대 중문과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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