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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아름답게 때론 가슴 시리게…시로 담은 '중년의 시간'

본보 신춘문예 출신 문신 시인, 시집 〈곁을 주는 일〉 펴내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출신인 문신 시인이 시집 <곁을 주는 일> (모악)을 펴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그가 첫 시집 <물가죽 북> 이후 8년 만에 내는 시집. 그 동안 시인은 30대에서 40대가 됐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여유가 생겼고, 시적 대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주변을 살피는 폭도 넓어졌다.

 

평론 등 다양한 문학 활동을 해오면서 ‘그래도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문 시인. 사십대에 접어들면서 쓴 시들은 더욱 노련해졌고 더러는 능청스러워졌다. 신간 <곁을 주는 일> 을 관통하고 있는 시각 역시 중년이다. 그는 “중년을 살아보고 쓴 시라기 보다는 한 생애의 변곡점에서 내가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을 함께 살피며 느낀 감정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 모과는/ 세 번 퇴고한 옛날 원고처럼 아프게 익어가겠지’( ‘구작’ 중)

 

문을 여는 작품 ‘구작’은 그의 시적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젊었을 때는 서툴렀던 것들이 이 시간쯤 되니까 퇴고하는 것처럼 정돈되는 느낌이라는 그는 시를 통해 망각하고 있던 중년의 미학을 발견한다. 동시에 서정에도 충실하다. 시적 대상과 시적 주체 사이에 발생하는 서정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횟집 주방장이 칼날을 밀어 넣고 흰 살을 한 점씩 발라내고 있다/ 무채 위에 흰 살이 한 점 얹히고 그 곁에 원래인 듯 흰 살 한 점이 또 얹힌다/ 곁을 주는 일이 이렇다 할 것이다/ 애초에 한 몸이었다가 홀연 등 떠밀린 것들/ 이만큼/ 살 부비고 싶어지는 일이라 할 것이다’( ‘곁을 주는 일’중)

 

표제작인 시의 무대는 횟집이다. 시인에게 ‘곁’은 물리적 거리가 아닌 심정적·정서적 거리다. 생살 찢는 아픔을 견디며 살이 살을 부르는 간절함이다. 이처럼 문 시인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이중으로 포착해낸다. 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을 동시에 관조하며 포착하는 삶의 정서는 단조로울 수 있는 중년의 익숙함을 해소한다.

 

전주대 국문학과와 전북대 대학원 어문교육학과 박사과정 등을 마친 그는 200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 끝에 매달린 물고기나 되어’가 당선됐다. 또한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작은 손’,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소나기 지나갈 때’가,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발굴하는 토피아(topia), 복권되는 생활’이 당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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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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