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미만 최근 5년간 3153건…24명 아직도 못찾아 / 장애아도 224건…빠른 신고·'지문 사전등록' 필수
정읍에 사는 8살 태극 군은 초등학교 1학년이던 1998년 9월 30일 사라졌다. 해 질 무렵 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 소식이 끊겼다. 둥근 얼굴에 치아가 고르고, 언어구사력이 떨어진 소년을 본 사람은 그 뒤 아무도 없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잃은 김범천 씨(53)의 시간은 그때부터 멈췄다. IMF의 여파로 서울에서 정읍으로 낙향해 가족을 책임진 김 씨에게 태극군의 실종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실종 아동 관리체계가 허술하기 그지없었던 당시 경찰은 ‘단순 가출’로 처리했다. 김 씨는 “직접 찾겠다”고 전단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전국을 돌았다.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남은 가족도 미국으로 떠났다.
지금쯤 청년이 돼 있을 태극 군은 김 씨 곁에 없다. 김 씨는 “모든 것을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전북지역에서 매년 600여 건의 아동 실종신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태극 군처럼 장기 실종 사례도 적지 않다.
18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는 최근 5년 간 총 315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653명, 2014년 609명, 2015년 509명, 2016년 753명, 17일 기준 629건 등으로 매년 600여 명의 아이들에 대한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이 중 미 발견 아동은 같은 기간 태극 군을 포함한 24명이다.
경찰은 24명의 상당수는 실종 시점이 10년 이상 지난 뒤에야 신고 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내 장애아동의 실종 신고도 줄지 않고 있다. 최근 5년 간 도내 장애아동 실종신고는 224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13년 32명, 2014년 39명, 2015년 38명, 2016년 53명이며, 올해 17일 기준 62명이었다. 도내 장애아동도 뒤늦은 실종 신고 사례가 대부분이며, 이중 4명이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사)실종아동찾기협회 서기원 대표는 미제사건의 해결 대안으로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꼽고 있다. 서 대표는 “사전등록제를 하면 우선 부모가 애타는 심정을 줄이고 실제 빨리 아이를 찾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은 아동과 치매노인, 지적 장애인 등의 실종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등록율은 미비한 수준이다.
지난 5월 기준 도내 지문 등 사전등록 아동은 10만 6920명(34%)에 그쳤다.
전북경찰은 더 많은 아동의 지문을 등록하기 위해 지문 등 사전등록 현장방문 등록사업을 하고 있다.
경찰은 위탁 사업자를 선정해 어린이집, 유치원, 특수학교 등을 직접 방문 후 지문·사진 등의 정보를 경찰 시스템에 등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문 등 사전등록제가 실종 아동을 찾는 데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며 “가까운 경찰서나 지구대에서 지문 등 사전등록을 통해 예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문 등 사전등록을 희망하는 이들은 관내 경찰서 여성청소년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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