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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57) 13장 동정(東征) 13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성 안의 군사는 4천 남짓이지만 지휘관은 셋입니다.”

미나미가 다케다에게 말했다. 오후 술시(8시) 무렵, 미나미와 다케다, 오진은 성 안 종각의 담장 옆에 둘러서 있다. 어둠이 짙어지고 있어서 미나미의 눈 화장이 더 뚜렷해졌다. 미나미는 35세, 3천석을 받는 우에스기의 중신(重臣). 녹봉지가 토요야마에서 1백여리 떨어진 바닷가다. 미나미가 말을 이었다.

“시바다, 요미우리, 간센 세 놈인데 이놈들은 모두 우에스기의 자식이지요.”

어둠속에서 미나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우에스기는 14명의 부인과 소실 사이에서 37명의 사내자식을 낳았는데 그중 18명이 스무살이 넘은 성인입니다. 그래서 휘하 군 지휘관, 성주, 측근 무장으로 모두 배치시켰지요.”

“자식으로 위사대를 만들겠구만.”

“위사대장도 12번째 아들입니다.”

정색하고 말한 미나미가 다케다와 오진을 번갈아 보았다.

“우에스기 가문은 백제계 얼굴에 똥칠을 하는 가문입니다. 이 정도에서 멸문을 시켜야지 자식들이 다시 씨를 뿌리면 왜국은 오염될 것이오.”

미나미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미나미도 백제계인 것이다.

계백이 마상에서 고개를 돌려 슈토를 보았다.

“슈토, 우에스기의 아들이 성주로 있는 성이 6개나 된다면 저항이 심하지 않겠느냐?”

“배다른 아들들이어서 연합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슈토가 계백 옆으로 말을 몰아 다가왔다. 깊은 밤, 계백이 이끈 기마대 5백은 우에스기 영지 깊숙이 전진하고 있다. 이곳은 거친 황야여서 인적도 없고 짐승 기척도 보이지 않는다. 슈토가 말을 이었다.

“형제 간의 갈등이 많다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아버지에 대한 복종심도 강하지 않습니다.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아들이 37명이라니.”

계백이 쓴웃음을 지었다.

“백제계 자손을 마구 뿌리기로 작정을 했구나.”

“그것이 우에스기 가문(家門)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입니다. 주군.”

“왜 그러느냐?”

“우에스기가 죽고 나면 모두 머리 잃은 뱀 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가온 슈토가 말을 이었다.

“아들 휘하의 가신, 무장들이 심복하고 있겠습니까? 우에스기가 죽었다는 것이 드러나면 가만 두어도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어디, 두고 보자.”

계백이 말에 박차를 넣으면서 웃었다. 이제 우에스기의 사냥터는 50여리 남았다.

“지금 국경에 노부사와가 이끈 5천 군사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중신(重臣) 이키타가 말하자 에미시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우에스기, 그놈이 변방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까 현실감각이 무디어졌다.”

“나태해진 것이지요.”

이키타가 말을 받았다. 에미시는 72세. 이키타도 동갑이다. 에미시를 50년이 넘도록 모신 터라 이키타는 표정만 봐도 배가 고픈지, 똥이 마려운지를 안다. 이키타가 말을 이었다.

“권좌에 오래 앉아있으면 그 자리가 평생 그대로 있을 줄 압니다. 달콤한 말과 음식, 예쁜 여자에 젖어서 다른 세상을 모르게 되지요.”

“나한테 하는 말이냐?”

“주군께서는 섭정 자리를 이루카님께 넘기셨습니다.”

“그래도 큰 일은 내가 결정하지.”

“그건 그래야지요.”

“계백이 우에스기가 숨겨놓은 노부사와란 애송이한테 당할까?”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군.”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오히려 우에스기 가문이 멸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계백은 후쿠토미 영지에 이어서 우에스기의 55만석까지 차지하게 된다. 150만석의 대영주가 돼.”

“계백은 백제방 신하올시다. 대영주가 아니지요.”

이키타가 긴 숨을 뱉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큰 영지를 소유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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