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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273) 14장 당왕(唐王) 이치(李治) 9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네가 누구냐?”

당왕(唐王) 이치(李治)가 묻자 김창준이 납작 엎드렸다. 장안성 왕궁의 청 안이다.

“예, 신라 사신 김창준입니다.”

소리쳐 말했지만 당왕과의 거리가 30보나 되어서 잘 안 들렸는지 이치가 비만한 몸을 꿈틀거렸다. 눈썹이 찌푸려져 있다.

“누구? 김춘추라고?”

“아닙니다! 김창준입니다!”

이번에는 더 크게 대답하자 이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춘추가 김창준으로 이름을 바꾼 모양이군.”

그때 옆쪽의 이의부가 반 발짝 앞으로 나섰다.

“대왕전하.”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하려던 이의부는 입을 다물었다. 이치 옆에 앉아있던 무후가 손을 저었기 때문이다. 가만있으라는 표시다. 그때 무후가 말했다.

“김춘추나 김창준이나 그 이름이 그 이름이지, 안 그러냐?”

높고 앙칼진 무후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그러자 이의부, 허경종이 일제히 허리를 꺾었다.

“마마, 그렇습니다.”

그때 무후가 이치를 돌아보았다.

“대왕, 신라가 원병을 청하니 보내 주시지요.”

“그놈들은 맨날 원병이야? 제 앞가림도 못 하고 어떻게 사노?”

“신라가 없어지면 백제 고구려가 대당의 등을 찌를테니까요.”

무후가 쨍쨍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왕, 대왕이 즉위하시고 나서 고구려 백제는 인사도 안 했습니다. 버릇을 고쳐야 합니다.”

“그랬지, 인사도 안 했지.”

“소정방을 신구도행군도총관으로 삼아서 병력을 모으라고 하지요.”

“소정방을, 그자가 살아있나?”

“원정군 사령관으로 적당해요.”

청 안에 백 명이 넘는 백관이 도열하고 서 있었지만 계단 위의 옥좌에 나란히 앉은 왕과 왕비가 거침없이 국사를 논하고 있다. 아니, 논하는 것이 아니다. 왕비 무후가 왕 이치에게 이래라저래라 시키는 것이다. 그것을 백관들이 다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이제 일상화되어서 놀라지도 않는다. 그때 이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소정방을 보내지.”

“백제를 멸망시키면 그곳에 도독부를 두고 속령으로 삼을 것입니다.”

“옳지, 속령으로.”

그때 이의부가 소리쳐 대답했다.

“대당(大唐)이 천년만년 번성할 것입니다. 만세! 대왕 만세! 왕비 만세!”

그러자 다른 백관들도 따라서 만세를 불렀다. 엎드려있던 김창준도 두 손을 들고 만세를 따라 부른다.

“이제 되었다.”

왕궁을 나오면서 김창준이 부사(副使) 김익수에게 말했다. 얼굴이 상기되었고 눈에 눈물까지 고여져 있다.

“신라가 이제 살아나는구나.”

“대감, 애쓰셨습니다.”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당의 도성 장안성에서 석 달째 머물고 있었던 김창준이다. 성문을 나온 김창준이 소매로 눈물을 닦고 나서 뒤를 돌아보았다.

“우리 대왕께서 그토록 공을 들이신 덕분이다. 저 돼지 같은 놈의 군사를 빌려 개떼 같은 백제, 고구려를 치는 것이다.”

“대감, 감개가 무량합니다.”

김익수도 눈물을 닦았다. 둘은 신라의 충신이다. 다시 발을 떼면서 김창준이 말을 이었다.

“어서 이 소식을 대왕께 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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