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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완산부지도(完山府地圖)

완산부지도(국립전주박물관 소장).
완산부지도(국립전주박물관 소장).

조선시대에는 다양한 형태의 지도가 제작됐다. 범위를 가지고 분류하자면, 지역의 모습을 담은 지도에서 넓게는 세계의 모습을 아우르는 세계지도가 존재했다. 이러한 지도들은 대부분이 현재의 축척을 사용하지 않고 하늘에서 비스듬하게 내려다보는 형태로 제작됐고, 이러한 지도를 회화식 지도라 부른다. 회화식 지도는 지역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지도 안에 숨겨진 다양한 상징과 해석의 장치들이 담겨 있기도 하다. 고지도에 담겨진 이와 같은 상징체계들은 고지도를 연구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기도 하며, 지역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19세기 전주의 모습을 그려낸 ‘완산부지도(完山府地圖)’는 지역의 지도이자 회화식 지도이다. 2015년에 보물로 지정된 이 지도는 수많은 고지도 가운데 어떠한 면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았기에 국가지정 문화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10폭의 병풍으로 제작된 거대한 지도. 지도를 길을 찾는데 사용한다는 지금의 일반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거대한 병풍지도는 그 쓰임을 알기 어렵다. 또한 이 지도는 방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배치를 하고 있는데, 풍남문이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 좌측으로 90도 회전된 형태로 지도가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실제 산세보다 더 험준한 형태로 산들이 연이어 그려져 있으며 전주 성읍을 감싸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왕조가 발원한 땅 전주, 500년의 세월동안 그 이야기는 강화되고 전설이 되어 내려오게 됐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인 이가 보아도 산줄기와 물줄기가 안온하게 감싸 안고 깊은 내력을 간직해 주는 곳, 전주는 그 모습에 합당한 땅이었다. 아니 불완전 하더라도 그에 합당한 곳이 되어야 옳았을 것이다. 풍수에 비보풍수가 있듯, 불완전한 땅의 모습은 지도에서 붓터치와 함께 보완됐다. 그리하여 전주의 모습은 생기를 얻고 땅의 모습은 전설을 잉태한 곳으로서의 당위성을 부여받아 한 폭의 지도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정대영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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