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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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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영차영차 줄을 당깁니다. 마을 사람들 서로 마음을 당깁니다. 

 

정월 열엿새, 정읍 산외 정량골 줄다리기입니다. 500년 넘게 이어왔다지요. 풍물패가 마당밟기로 비용을 마련했습니다. 아침 일찍 마을 공터에서 줄을 꼬았습니다. 짚으로 머리와 꼬리가 달린 용줄을 드렸습니다. 행여 여럿으로 갈라졌을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의미겠네요. 남자가 동쪽, 여자가 서쪽입니다. “여자가 이겨야 풍년 들어”, 남자들이 건성건성 당깁니다. 옛적엔 총각 몇 여자 편에 힘을 보태기도 했답니다. 올해도 여자 편이 만세 부릅니다. 삼판양승 미리 듣는 풍년가지요. 

 

아무리 묵계라지만 줄다리기는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추렴으로 제의 비용을 마련하는 일, 세 가닥을 한 가닥으로 꼬는 용줄 드리는 일, 힘 모아 줄을 당기는 일 등등 행여 여럿일 마음 이제 하나로 모였겠네요. 용줄로 마을 입구 당산나무에 옷을 입힙니다. 당산제 끝에 형님 한 잔 아우 한 잔, 언니도 한입 동생도 한쪽 음복합니다. 온 동네 한마음으로 평안하겠습니다. 풍요롭겠습니다. 곳곳 당산제가 정월 보름이건만, 정량골은 열엿새입니다. 남을 앞세우려는 배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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