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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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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어둠을 뚫었습니다. 송곳도 아닌 여리디여린 손가락입니다. 수선화 새 촉이 언 땅을 열고 세상에 나온 것은 기적입니다. 혁명입니다. 싹이 돋고 꽃을 피우고 다시 또 어둠으로 돌아가는 한 생의 순환이겠으나, 한 치 남짓 저 의지는 분명 태산보다 높은 깃발입니다. 낡고 안일한 내 안의 문법을 단박에 부숴버린 대체 불가 명문장입니다. 

 

익숙한 일상이 당연하지 않을 때 우리는 기적을 경험합니다. 그 기적은 혁명으로 이어지고요. 하늘을 떠받친 저 수선화, 바위를 뚫고 샘물이 솟아나듯 퐁퐁 금세 꽃을 피워내겠지요. 송이송이 그 꽃은 분명 새 세상을 세우겠지요.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흙은 죽을 둥 살 둥 온 힘으로 밀어 올린 궁구의 훈장이겠습니다.

 

봄이 와서 수선화가 절로 움트는 것 아니지요. 기적을 증명하는 일이지요. 혁명을 완수하는 일이지요. 아버지 어머니 부름으로 만난 세상은 기적입니다. 여리디여린 촉이 몸을 뒤집고, 두 발로 땅을 디딘 것은 혁명이었습니다. 까치 부부가 분주히 오갑니다. 깍깍 깍 새집을 짓고 식구를 늘리겠지요. 아스팔트 틈새에도 노랑 민들레가 피어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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