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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날”…화정마을 할매 작가들 전시회 성황

작가 데뷔 '가지각색, 꽃' 전시회, 4월 27일까지 하얀 양옥집
'작은 음악회'로 유쾌한 나들이…딸, 아들 가족도 함께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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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화정마을 어르신들이 하얀 양옥집에서 준비한 음악회를 감상하고 있다. 김지원 기자

유독 햇살이 따스한 봄날. 화정마을 어르신들이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오늘(26일)은 작가로 데뷔한 화정마을 할머니들의 작품을 보러 가는 날. 집마다 들뜬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 퍼집니다.

“양산 가지고 가야할랑가? 뭘 입고 가믄 좋을라나?”

청년 이장 아지트 바로 옆집에 사는 오율례(74) 어르신은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생각보다 따뜻한 날씨에 양산을 쓸지, 모자를 쓸지 고민입니다. ‘내가 그린 그림’이 전시회장에 걸렸다는 사실은 어르신들을 자꾸만 들뜨게 합니다.

전시회장으로 출발하는 시간은 오후 2시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이른 오후 1시 30분, 오늘 나들이를 함께 할 동네 어르신 20여 명이 모두 마을회관에 모였습니다. 화정마을에 온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가지만, 시간에 딱 맞춰 모인 것은 처음(?)입니다. 귀가 어둡고 자주 깜빡하는 어르신들은 곧잘 약속 시간을 착각하곤 하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모두 제시간보다 일찍 모여 전시회가 열리는 하얀 양옥집으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하얀 양옥집에 도착한 어르신들은 저마다 본인 그림을 찾아 나섭니다. 그릴 땐 여유가 없어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 그림도 이제야 천천히 들여다봅니다. 그림을 그릴 때만 해도 “쑥쓰러워서 어쭈고 걸어논디야”라며 부끄러워했지만, 전시 그림을 막상 보고 나니 “모아 놓고 보니 예쁘다”며 활짝 핀 미소를 감추지 못합니다.

전시 소식을 듣고 어르신들의 자녀들도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우리 엄마 그림이네?” 신기한 듯 ‘엄마’가 그린 그림을 한참 바라보더니 옆에 서서 사진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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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77) 어르신이 김정일 밴드의 노래에 호응하고 있다. 문채연 기자.

하얀 양옥집은 화정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도 준비했습니다. 버스킹그룹 쟈니컴퍼니와 김정일 밴드가 무대에 섰습니다. ‘벛꽃엔딩’,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 전시 주제인 ‘꽃’과 어울리는 노래가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전시회장을 가득 채웁니다.

음악회를 마치고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길. 최은주(77) 어르신은 “오늘 너무 좋았다”며 미소를 감추지 않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최장금(78) 어르신과 전시회에 대해 들뜬 목소리로 담소를 나누네요.

사실 화정마을에서 처음 그림을 배울 때 어르신들은 모두 “내가 어떻게 하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하얀 도화지 위에 선 하나 긋는 것이 두려워 도움을 요청했지요.

하지만 그렇게 정성 들여 그린 그림이 전시되는 경험을 겪으며 이제는 도전을 한결 가볍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먹고살기 바빴던 시대를 살아내느라 그림, 시 등 문화생활은 그저 ‘남의 일’이었던 어르신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화정마을 어르신들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화정마을 어르신들의 도전을 담은 ‘가지각색, 꽃’ 전시회는 오는 4월 27일까지 하얀 양옥집에서 진행됩니다.

디지털뉴스부=문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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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이장 #하얀양옥집 #화정마을 #할머니작가 #시니어작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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