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대승한지마을 납품…조선시대 궁궐 공급 기록 이어 올해 덕수궁 보수공사 ‘첫 적용’ 성과
대한제국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덕수궁 준명당(浚明堂)이 완주 대승한지마을에서 생산된 전통 한지로 새 단장을 했다.
조선 시대 궁궐 공사에 한지를 공급했던 역사적 기록을 가진 완주 한지가 현대에 이르러 다시 한번 국가 유산 복원의 전면에 등장하며 ‘천년 한지’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완주 대승한지마을에 따르면, 올해 진행되는 덕수궁 준명당 보수 공사에 완주에서 생산된 전통 한지가 처음으로 적용된다. 과거 1980년대까지 국내 최대 한지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던 대승한지마을은 근대화 과정에서 잠시 침체기를 겪었으나, 최근 전통 방식 복원을 통해 국가 유산 보수의 핵심 공급처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대승한지마을은 인근 농가에서 재배한 닥나무를 직접 매입해 삶고 껍질을 벗긴 뒤, 전통 제조 방식인 ‘외발뜨기’ 공법을 통해 종이를 완성한다. 그동안 궁궐 공사에는 주로 타 지역 한지가 사용되어 왔으나, 이번에는 대승한지마을이 고집스럽게 지켜온 전통 방식과 국산 재료의 우수성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높이 평가되어 최종 채택되었다.
준명당은 고종이 늦둥이 딸 덕혜옹주를 위해 안전 난간을 설치할 만큼 애정이 깊었던 곳이다. 따뜻한 부성애가 서린 공간에 완주 농민의 땀방울과 한지 장인의 고집이 담긴 종이가 입혀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특별한 역사적 조우다.
현장에서 도배 작업을 진행하던 관계자는 “완주 한지는 결이 살아있고 질겨서 천장처럼 까다로운 작업 구간에도 밀착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전통 전각의 품격을 살리는 데 이만한 소재가 없다”고 전했다.
대승한지마을은 이번 덕수궁 납품을 발판 삼아 경복궁 등 다른 주요 궁궐로의 확대 적용을 기대하고 있다. 또, 단순히 종이를 생산하는 곳을 넘어 ‘한지 산업과 관광이 결합된 복합문화마을’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 농가와 협력하여 ‘재배-수매-생산-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최근 새단장을 마친 생활사 전시관을 청년 및 대학생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개방하며 지역 문화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남해경 대승한지마을 관장은 “이번 궁궐 납품은 완주 전통 한지의 가치를 다시 인정받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 한옥스테이와 야외 결혼식 등 관광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한지 제품의 해외 수출까지 추진해 완주 한지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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