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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치맛바람 부메랑

정치권의 공천 후유증이 이른바 실세 부인들의 ‘치맛바람’ 시비까지 낳고 있다. 현 정부 고위직을 역임한 여권의 한 공천탈락자가 ‘이번 공천은 여인들의 치맛바람에 좌우된 정실공천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경합을 벌였던 상대 후보 부인과 여권 핵심실세 부인들과의 친분관계를 들먹이며 공천과정에서 ‘베갯머리 송사’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긴 치맛바람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자유당때 프란체스카여사나 5공시절 장영자여인의 치맛바람은 그 위력이 메가톤급이었다. 멀리 갈것도 없다. 작년 한 해 그토록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고급 옷 로비 의혹사건’도 본질은 고관부인들의 치맛바람에 다름 아니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여야간에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나오게 마련이다. 밀실·정실공천이니 돈 공천이니 하는 소리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총선연대등 시민단체들이 정치개혁을 위해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 작태로 꼽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러나 아무려면 공당(公黨)의 공천과정에까지 치맛바람이 불었을까에는 쉽게 고개가 끄덕여 지지 않는다.

 

문제는 이의를 제기한 장본인이 엊그제까지 최고위층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여권 핵심인사라는데 있다. 그는 아무리 공천에서 탈락한 서운함이 크다 하더라도 할 말과 안 할말을 가려서 해야 했다. 그래야 고위층의 신임을 면종복배(面從腹背) 한 것 아니냐는 도덕적 힐난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파장이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그는 결국 영부인도, 핵심실세 부인도 아니라고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찐 당나귀를 골탕 먹이기 위해 꾀를 냈던 염소가 결국은 그 당나귀를 살리기 위한 제물로 희생됐다는 이솝우화가 있다. 이 우화는 남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한 계략은 반드시 자신에게 불행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치맛바람 공천설’이 거꾸로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를 옥죄는 일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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