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유럽4개국에 9일간의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을 여행하면서 나를 비롯 우리 일행의 무의식적이고 습관화된 언행이 외국인들에게 짜증을 나게 한 적이 있어 부끄럽고 민망했던 일이 있었다. T.G.V 기차 안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객실밖에 나가서 통화하는 외국청년의 행동을 보면서 아름답고 믿음직스러우면서도 부러웠다.
우리의 행동이 부끄럽고 민망해 보이는
첫번째 사례는 일행이 이태리 피렌체에서 버스를 이용, 로마로 이동하는 도중 휴게소의 슈퍼마켓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곳 휴게소에서 이태리 화폐인 1만리라 지폐 한 장을 손에 들고 카운터에게 전화카드를 달라고 했다. 카운터는 알아듣지 못하는 이태리어로 나에게 뭐라고 말하면서 앞에 있는 한쌍의 남녀와 무슨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 남녀가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고 무엇인가에 대하여 알아보고 대답한 것으로 느꼈으나 카운터는 그 남녀와 이야기를 마친 다음에야 나에게 5천리라 짜리 전화카드 두장을 주었다.
뒤에 안 일이지만 카운터는 나에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순서를 지키라는 말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번째로 민망스럽고 부끄러운 사례는 파리의 에펠탑을 구경할 때의 일이다.
우리 일행은 에펠탑의 일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층에서 하차하여 3층으로 올라가는 다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과 함께 영어알파벳 S형태의 구불구불한 통로에 한 줄로 서서 서서히 이동하게 되어있는데 일행중 몇 사람이 떨어지면 길을 잃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통로를 만든 줄 아래로 몸을 구부리고 끼여들었다.
이때 에펠탑 안내원의 눈빛이 곱지 아니함을 느낄 수 있었고 줄을 서있던 뒤쪽의 외국인도 좋지 않은 표정으로 끼여드는 우리의 일행을 바라보았다.
세번째로 부끄러운 사례는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비행기편을 이용하여 홍콩에 도착한 때의 일이다. 김포행 타이페이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서는 도착한 터미널에서 김포로 출발하는 터미널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하게 되어있었다.
우리 일행중 몇 사람이 바쁜 여행일정의 여독 때문에 피곤하기도 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기가 지루하기도 하여 줄을 서지 않고 조금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있다가 버스를 타기 직전에 우리 일행이 있는 자리로 끼여들었다. 그러자 공항에서 안내하는 여직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뒤에 서있는 외국승객의 기분도 상하게 했다.
위의 사례는 우리 나라에서는 모두가 자연스럽고 조금 언짢다 하더라도 서로 크게 탓하지 아니하는 행동들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예의와 질서가 없는 민족으로 느꼈을 것이고 어떻게 보면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연민의 정을 느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번 여행에서 외국인들이 어느 곳에서도 줄을 서는 습관이 되어 있는 원인을 분석해보면 모든 시설물의 관리인은 이용자가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용자도 질서를 지키면서 사용료 등을 납부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몸에 배여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도 하루 속히 개선해야 할 일로서, 외국 청년의 행동이 너무나도 부러웠던 한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파리에서 제네바로 가기 위해 불란서의 유명한 T.G.V를 타고 가면서 보고 느낀 일이다.
객실 안은 사람이 타고 있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안락했다.
책을 보거나 신문을 펼쳐 보는 사람, 창밖을 조용히 내다보고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몇 승객은 노트북 컴퓨터를 조용히 꺼내어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그 소리가 섬세하게 두드리는 타악기의 음악으로 들릴 정도였다.
내 앞자리의 창문 쪽에 앉아서 노트북을 치던 젊은이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어 귀에 대더니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한마디만 한뒤 휴대폰을 끄고 곧바로 객실 밖으로 나가 다시 통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 가서 휴대폰을 꺼내어 통화한 후 다시 자리에 돌아와 조용히 노트북 컴퓨터를 두드리는 장면을 본바 있다. 그 젊은이가 휴대폰을 진동으로 조작해놓았거나 공공장소에서 휴대폰 벨을 차단하는 장치를 부착해놓은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어느 곳에서나 항상 줄을 서고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을 큰소리로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의 모습을 보면서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나의 가족과 친구를 내앞에 서게 하는 한국적인 가족주의적 사고와 공공장소에서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수다를 떠는 습관 그리고 때와 장소를 구별하지 못하고 휴대폰의 벨을 크게 울리게 하거나 큰소리를 내면서 계속 통화하는 우리들의 잘못된 모습은 결과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하루 속히 시정하여야 할 과제라는 생각을 가졌다.
우리들 기성세대의 예의바른 줄서기 문화와 공공장소에서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휴대폰 사용문화를 정착시켜 우리의 귀여운 어린이가 본받아 국내에서는 물론 외국에 나가서도 선진 민주시민임을 알리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조강래 (질서문화연구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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