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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휴머니즘과 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전세계 35억의 시청자들은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개막식 광경에 모두 가슴이 얼어 붙었다. 미국의 수영선수 제니트 에반스가 성화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그녀의 위쪽에는 왕년의 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의 얼굴이 빛을 받으며 나타났다.

 

에반스가 알리에게 성화를 전달할 때 관중들의 환호는 귀를 멀게 할 정도였다. 파킨슨 병으로 거동의 불편함이 눈으로 보일 정도인 알리의 등장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누구도 예측 못한 애틀란타 올림픽의 성공적인 부분이었다.

 

관중들은 왜 환호했고 가슴속에 뭉클함을 느꼈을까. 이유는 스포츠가 메달 색깔보다도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 더 우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88서울 올림픽서 육상 100m 경기서 우승한 벤 존슨은 시상식 직후 약물복용이 발각돼 금메달을 박탈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꼭 우승 테이프를 끊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타락의 수렁으로 빠뜨린 것이다.

 

1908년 7월 19일 런던에서 개최된 5번째 영국 국교회의 기간중 탤보트 주교는 “올림픽에서 이기는 것이 참가하는 것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스포츠 정신을 강조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대 스포츠사에서 이 말은 잊혀진 옛말로 전락했다. 벤 존슨의 예를 들었듯이 요즘 선수와 지도자들은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패자는 말없이 사라지고 승자만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한마디로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고 승패만이 최우선이다. 스포츠 세계의 삭막함은 이 시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올림픽정신에 입각해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2010년 동계올림픽을 전북에 유치하여 인종차별도 없고 남녀 성차별도 없는 진정한 인간 자체만으로 경쟁하는 대회로 거듭 치러져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 근간이 페어플레이인 스포츠는 상호 이해와 우정을 다짐하는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높다. 현대의 물질만능주의 풍조 속에서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지나치게 강인함과 순위에 신경을 써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의 참된 가치는 우리가 현대문명 속에서 잃어가고 있는 인간성 회복을 가능케 하는데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캐치프레이즈는 환경이다. 환경보존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성 회복이다. 인간성 회복은 우리의 본질적인 문제다. 만약 2010년 동계올림픽이 전북에서 열리게 되면 스포츠와 인간성 회복이 접목이 되는 뜻깊은 대회가 될 것이다.

 

애틀랜타올림픽 개막식서 관중들이 왜 알리의 등장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2010년 동계올림픽이 무주와 전주에서 열리게 되면 우리는 덕유산 설원에 피어날 뜨거운 인간애와 진한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강인형(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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