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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일 못하는 머슴이 주인 구박

 

 

 

쌀값하락으로 농민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연일 농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산지 쌀값이 지난해 보다 80Kg한가마당 약 2만원씩 하락해 쌀 위주의 농업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전북지역 농민들에게 급격한 소득감소를 가져왔다.

 

 

더구나 WTO뉴라운드 협상에 따라 쌀전망이 불투명하고 가격도 해마다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들이 속속 전해지면서 그야말로 농민들의 불안심리는 그 어느해 보다 심화되고 있다.

 

 

이런 지경임에도 정부의 정책이나 관료들의 발언은 농민들의 요구나 농민단체의 정책대안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따라서 쌀대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 모두는 현사태의 본질을 짚어 봐야 한다. 우선 쌀문제의 대두가 정부나 관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농민들이 변해야 해결되는 문제이고 문제의 발단이 일부나마 농민들에게 있다는 것인지 냉철히 짚어야 한다.

 

 

필자는 이런 주장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다른 작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농민들은 특유의 근면성실함으로 허리띠를 졸라메며 보릿고개를 이겨왔고 국민의 주식인 쌀을 자급했다.

 

 

쌀의 자급과 안정적인 생산 구축이야말로 국가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목표였고 이 목표에 농민들은 너무나 충실했다. 농민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쌀자급을 이루는 것이었고 증산을 통해 국민에게 안정적인 식량을 공급하는 일이었다. 우리농민들은 이런 목표에 110% 초과 달성까지 했다.

 

 

생산은 농민들의 몫이었지만 쌀농업의 정책을 제시하고 가격을 지지하거나 소용돌이치는 국제협상에서 쌀을 지키는 일은 정부와 정치권, 관료와 국민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다수 국민들이 농민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쌀을 지켜야 한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정치권, 관료들은 전면적인 시장개방에 내맡기려 하고 농민들이 알아서 경쟁력을 갖추라고 하고 있다. 이러니 요즘 농민들은 일 못하는 머슴이 주인을 구박하는 격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에 발표한 정부정책이나 관료들의 발언은 쌀농업을 포기하는 것들이라는 농민들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갑자기 증산정책을 포기할 것처럼 하고 추곡수매가를 4∼5%인하해야 한다고 하는가하면 WTO뉴라운드협상에서 쌀을 관세화해 수입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농민들의 사기를 꺽는 일이고 사대주의적 협상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것이다.

 

 

비료가격을 인상해 친환경농업을 유도하겠다는 발상도 현실을 도외시한 발표였다. 이제 쌀농업에 있어 더 이상의 정책혼선이나 실수는 쌀농업을 비롯해 우리농업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게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적 힘을 결집해 쌀농업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 대안들을 농민들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 먼저 올해 쌀값폭락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농민들의 요구는 올해처럼 쌀값폭락이 계속되면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없어 쌀농업 포기로 직결될 위험이 있으므로 급격한 쌀값폭락을 막고 농가소득을 어느정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차액보전에 대해 중앙정부와 전북도가 매듭을 풀어 시·군자치단체가 눈치보지 않고 차액보전을 하도록 해야 한다. 8%이상의 계절진폭 허용이나 공매중단 등도 받아들여 급격한 폭락을 막아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을 통해 현재 농민단체나 농협 등 농업계와 정부의 대립구도를 해소하고 범농업계가 국민적 힘을 결집해 WTO뉴라운드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쌀재협상은 관세화 예외 조치를 인정받으면서 시장접근 물량을 UR협상처럼 4% 이내로 묶도록 확고한 협상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서 국내에서는 추곡수매 등 가격지지 기조를 유지하면서 축소되는 보조를 전액 소득지지로 흡수해 큰 틀에서 농가소득이 감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농가의 금리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모든 농업정책 자금의 금리를 3%이내 10년이상 장기 상환으로 하고 농협의 상호금융도 8% 이내로 묶는 과감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 김용호 (전농전북도연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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