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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춤의 사회학

 

 

 

춤이 넘쳐나고 있다. 라틴댄스, 재즈댄스, 살사, 힙합, 볼룸댄스, 스포츠댄스 등이 일상적 용어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그동안 춤을 독점해 온 청소년뿐만 아니라 춤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고 춤이라면 불륜을 연상케하는 중년의 아줌마, 아저씨들도 떳떳하게 춤에 열광하고 있다. 춤바람이 불고 있다.

 

 

에어로빅으로 시작해 DDR이라는 혁명적 기계가 불씨를 지피고 백화점이나 사회교육원의 문화강좌에 댄스 교실이 인기를 모으더니, 마침내 시내 곳곳에 각종 댄스학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인터넷에서도 자신의 춤 솜씨를 뽐내며 동영상 파일로 춤 실력을 겨루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갑자기 사람들은 왜 춤에 열광하는가?

 

 

춤이란 단순한 몸의 움직임만은 아니다. 그 몸 동작 하나하나에는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춤은 어떤 메시지를 역동적인 에너지가 담겨진 몸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언어소통방식이며 의사소통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춤은 인간 상호간에는 물론 자연이나 우주 또는 초자연적 힘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무당의 춤이나 주술가의 춤이 그러하고, 사랑하는 두 남녀가 함께 어울려 추는 춤이 그러하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적 활동만을 중시하고 몸을 통한 어떤 행위도 그 가치를 인정해 오지 않은 우리 사회의 통상적인 신념은 몸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지는 춤을 때로는 매우 경박한 행위로, 때로는 매우 음란한 행위로 취급하였다.

 

 

그 결과 춤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어둡고 음침한 곳으로 숨어들어 은밀한 행위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지금 불고 있는 '춤바람'은 '춤'과 그것을 담아내는 '몸'이 다시 본래의 기능과 의미를 회복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또 한편으로 춤은 다른 어떤 표현방식보다도 가장 역동적인 방식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최근 문화적 흐름이 바로 개인기를 중시하는 '자기 과시 또는 드러냄'인데 이는 보통 '튄다'라는 말로 대변된다.

 

 

이 '튄다'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던 시대에서 이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시대로 변화해 왔고 이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드러냄'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적 배경이 춤열풍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춤 열풍은 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대의 새로운 의사소통방식으로 춤의 의미를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의 춤 열풍을 이렇게 긍정적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 춤의 열풍의 선도에는 청소년이 서 있다. '청소년과 춤'이라는 조합에서 부각되는 것은 바로 '젊음'이라는 문화적 코드이다.

 

 

'젊음'이라는 문화적 코드가 부각될수록 젊음은 보다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 되고, 생물학적으로 젊지 않은 사람들은 이 자본을 획득하기에 애쓰지만 더욱 주변화되고 말 것이다. 결국 춤과 젊음이 한 몸이 되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문화산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춤의 상품화, 춤의 즉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라틴댄스나 재즈댄스 등이 문화적 취향의 차이가 아니라 문화적 계급의 차이를 부각하면서 춤의 유행이 또 하나의 문화귀족을 창출하고 있다.

 

 

또 춤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상품화 광고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이는 문화적·예술적 표현이나 삶으로서의 춤이 아닌 상품화된 행위로 춤을 전락시키고 현대인의 속물적 취향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이처럼 춤이 육체와 젊음을 문화자본화하는 현대문화의 특성을 더욱 강조하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 진정한 '춤'을 위한 조건이 될 것이다.

 

 

 

 

 

 

/ 문윤걸 (전북대 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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