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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추악한 현대 올림픽

 

 

 

 

 

이번 솔트레이크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은 한마디로 현대 스포츠가 얼마나 추악하게 변질되었는가를 실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올림픽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순수한 열정을 가진 스포츠 제전이 아닌 게 분명하다.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인의 화합을 이루어내겠다는 이상을 가지고 있다 하나 이제 그 이상을 실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올림픽이 새로운 분쟁을 일으키고 조그마한 갈등의 틈바구니를 더욱 크게 헤집어 놓고 있다.

 

 

그래서 이제 올림픽의 역사는 고대 올림픽에서 근대 올림픽으로 발전해 온 단계를 지나 현대 올림픽(?)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를테면 올림픽의 역사는 제우스신에게 바치는 그리스인들의 정성어린 제전행사로 종교, 예술, 군사훈련 등이 삼위일체를 이룬 헬레니즘 문화의 화려하고도 찬란한 결정체였던 고대 올림픽의 시대를 지나서,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제전을 통하여 세계 각국 청소년들의 상호 이해와 우정을 다지고 세계평화를 이룩하려 했던 프랑스의 피에르드 쿠베르탱 남작(1863-1937)의 강렬한 집념에 의해 탄생한 근대 올림픽을 넘어서, 이제 상업적인 이해와 탐욕에 물들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은 사라지고 오직 국가간 치열한 경쟁과 이에 따른 승리와 패배의 선명한 자욱만을 중시하는 현대 올림픽의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근대 올림픽 초기를 다룬 유명한 영화 '불의 전차'를 보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버릴 수 없어 일요일 경기를 포기하는 유대인 이야기 등 아마츄어리즘의 올림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현대 올림픽에서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는 갈수록 사라지고 승리만을 숭배하고 승리자들에 대한 경배와 찬양만이 무성할 뿐이다. 무엇이 현대 올림픽을 이렇게 변질시키고 있나.

 

 

그 이유는 먼저 올림픽이 개인들의 잔치가 아니라 국가들의 잔치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개인들의 잔치였던 올림픽이 제국주의와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우수한 국민을 가진 건강한 국가들의 상징이 된 것이다.

 

 

올림픽은 치열한 국가간 경쟁의 장이 되었다. 이 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가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개인을 발굴하고 이들을 집중 육성하는 엘리트 스포츠에 몰두하며 스포츠 엘리트들을 국가의 상징으로 만들고 있다.

 

 

국가의 상징으로 부각된 스포츠 엘리트들은 또 한편으로는 국민 통합과 애국심을 이끌어내는 표상이 되고 있다. 이제 스포츠는 건강한 국가의 상징을 넘어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도구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스포츠와 자본주의의 추잡한 결합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자본의 축적을 위한 매우 중요한 상품인 동시에 시장으로 기능한다.

 

 

영화나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에서 자본의 원활한 축적을 도와주는 스타 시스템이 스포츠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 스포츠 스타가 탄생하고 이들을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이른바 스포츠 마케팅 전략의 탄생 때문이다. 즉 스포츠 마케팅 전략상 위대한 스포츠 영웅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번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연이은 잘못된 판정과 또 어떻게 해서라도 메달만 목에 걸면 된다는 일부 선수들의 추잡한 반칙행위들을 보면서 인간 세계에 더 이상 페어 플레이가 자리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마저 생겨났다.

 

 

그래서 이 기회에 스포츠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보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는 더욱 그렇다.

 

 

 

 

/ 문윤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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