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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월드컵 성공리에 치르려면



이른 아침, 산에 올랐다. 어제 저녁 잠깐 뿌린 비로 꽃 색깔은 더 짙어졌다. 늘 올라가는 산 중턱. 그 모양새가 반반한 바위에 비스듬히 누워 시가지를 내려다 본다.

이상하다. 산의 등줄기가 움직이는 것 같다. 저마다 키를 달리해 붕긋붕긋 솟은 산. 지난달 어느 날 아침 여기 왔을 때, 저 산의 나무들이 긴 겨울의 ‘멈춤’을 끝내고 물을 먹는 걸 보았다. 그래, 이제 성장하는구나.

올해는 다른 해 보다 꽃이 일주일쯤 이르고 다른 해보다 더 곱다고 한다. 저 고운 꽃은 저 혼자서 제 자태를 만들지 못한다. 땅이 입을 열고 만물이 서서히 활동을 취할 자세를 가지려는 때, 3월 중순이후부터 갑자기 따뜻해지는 기온과 습기와 자외선 같은 자연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 영향이 복잡하게 얽혀서 생물학적 성분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그 것 하나로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것 하나 저 홀로 그렇게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이 이제 6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만큼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이번 ‘2002 월드컵대회’는 전주를 포함해 전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경기가 개최되기 때문에 그 의미가 각별하다. 전북과 전주를 세계의 매스컴이나 외국인들이 직접 방문해 우리 고장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월드컵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만 관중석, 그리고 경기장 밖에 있는 우리는 전주의 참모습을 어떻게 아름답게 가꾸어 전세계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월드컵을 앞두고 설렘과 걱정이 엇갈리고 있다. 그 가운데 전주에서 경기를 갖는 스페인 파라과이 포르투갈 폴란드 등 특수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가 크게 모자라고 있다.  

경기장은 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승강기의 유도시설과 안내시설이 부족하고 출입구 경사가 심해 휠체어를 타고 가는 장애인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등 몇몇 시설이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주시청 홈페이지도 영문이 원칙 없이 표기되거나 지역명 조차 표기가 잘못 표기되어 있다. 이곳에 링크된 월드컵 관련 홈페이지에는 잘못된 항공노선 시간표가 올려져 있는 등 손 볼 데가 한 두곳이 아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도민과 전주시민이 해야 할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주 작고 상식적인 일을 실천하는 것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친절, 질서, 청결 등 공동체적 시민의식을 배양하고 전 도민이 참여하는 문화관광, 환경 개선등을 통해 손님맞이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자.

연분홍 진달래, 새하얀 싸리꽃잎들 속에 스며든 기후와 습기와 자외선을 함께 느끼는 것. 이런 태도가 생활에서 훈련된다면 아마 성공적인 대회가 저절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치러내고 키우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좀처럼 얻기 어려운 이 같은 세계적인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전주시민은 물론 도민 전체가 ‘꽃’을 피우는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월드컵을 단순히 축구경기로 보아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같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전주가 한국의 소리와 선비들이 살려온 예술의 고장임을 한껏 보여주자. 저 고운 꽃이 저 홀로 필 수 없는 이치에서 배워야 한다. 꽃은 결코 스스로 피지 않는다.

/ 최동성 (본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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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성 dscho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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