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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전주국제영화제를 기다리는 이유

 

 

 

제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전통과 고풍의 도시 전주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대해서 어떤 이는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꼴이라며 어줍잖은 짓 말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스필버그의 횡재를 예로 들며 핑크빛 영상산업 도시로의 꿈을 펼쳐 보이며 쌍수를 들어 환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동안 두 번의 영화제를 치르면서 한편으로는 한번 해볼만한 시도라는 자신감을,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한 참담한 부끄러움을 동시에 경험하였다.

 

 

그러나 이런 두 번의 경험을 거치면서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감이 생겨난다. 사실 우리에게 영화제란 미지의 세계였으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높은 산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미로를 탐색하듯 조심스럽기도 했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함정을 만나 고심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이 노하우로 축적되면서 이리 다듬고 저리 다듬으며 제3회 영화제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제3회 영화제는 그동안 우리가 겪은 두 번의 영화제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을 우리에게 선보일 것이다. 아직 제3회 영화제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펼쳐질지를 분명히 예상할 수는 없을 것이나 주변의 몇 가지 소문들은 이번 영화제에 남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일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이다. 여기저기에서 귀동냥을 해보니 영화에 대해서 특별한 공력(?)을 가진 분들이 이번 영화제의 프로그램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많은 영화들이 내게는 생소하다. 아마 많은 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내가 잘 아는 영화가 아니라고 해서 기대를 접지는 마시라. 우리가 잘 아는 영화들은 집 앞에 산재해 있는 비디오방에서 얼마든지 빌려다 볼 수 있다.

 

 

그런 영화들을 영화제에서 상영하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면 그건 예산 낭비가 아닐까? 오히려 잘 아는 영화들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이 한번쯤 보아둘만한 영화라고 권하는 그런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졌으니 반가와 할 일이다.

 

 

그것이 때로는 좀 어렵고, 전문적인 영화라 하더라도 어디 그게 영화전문가만 보라는 법 있는가?

 

 

이 틈에 그들의 호기심을 엿보는 기회로 삼아 볼 만하다. 더욱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체험은 그만큼 인식의 지평을 확대시켜 주는 것이므로 그들의 영상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얘기를 한번쯤 들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영상의 언어로 세계를 구성하는 일은 이제 전혀 낯설은 일이 아니다. 영상은 우리 시대의 강력한 의사소통방법 중 하나이다.

 

 

따라서 우리는 다양한 영상체험을 통해서 우리의 의사를 영상언어로 구성하여 메시지를 전달할 줄도 알아야 하고, 동시에 다른 사람이 영상언어를 통해 내게 보내는 메시지를 해독할 줄도 알아야만 한다.

 

 

이제 영상은 너와 나는 물론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어 주는 네트워크의 구실과 함께 심하게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원리로서 지위가 격상되려 한다.

 

 

이런 시대적 요청에 놓여 있는 우리에게 전주국제영화제는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며, 시대의 요청에 발빠르게 적응하려는 젊은이들에게는 훌륭한 교육현장이며 놀이터가 될 것이다. 그것이 전주국제영화제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전주국제영화제는 그 지향점이 우리의 나태한 일상에 대한 도전을 꿈꾸는 것이다. 내 일상을 뒤집어 보는 일, 그것은 어쩌면 부끄럽고 불쾌한 체험이기도 할 것이며, 어쩌면 유쾌하고도 상쾌한 도발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체험을 통해서 한번쯤은 나를, 그리고 내 주변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게 분명하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제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 문 뒤에 놓여있는 세계에 흠뻑 빠져 며칠을 영화제와 함께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 문윤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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