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협상 파문으로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정부는 서둘러서 마늘문책을 하고 마늘산업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농민들이 쉽게 울분을 가라앉힐 것 같지 않다.
이번의 마늘 파문은 솔직하지 못한 정책이 현실에서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이다.
왜 하필이면 마늘인가?
2000년 7월 정부는 중국과의 마늘협상 때에 핸드폰 수출이냐 아니면 마늘수입이냐의 둘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하였다.
정부는 돈액수로 따져서 수십배이상이 되는 핸드폰 등을 택했다. 마늘농사를 버리더라도 핸드폰을 팔면 국가 전체가 이익이라는 판단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 핸드폰은 지난해에 비해 전체의 3배나 수출하였다.
무려 97년과 비교해서 30배정도로 팔았으니 핸드폰 수출은 결코 기대를 져버리질 않았다. 당시의 마늘 협상 타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이 아니더라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였다. 협상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고 어차피 주고 받아야 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이번의 마늘파문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극단적인 개방논자를 제외하고는 없다. 정부가 내년부터 중국산마늘에 대해 긴급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긴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정부가 속였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보는 농민들에게는 중국에 핸드폰을 많이 파는 것이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이익이 삼성, 현대, SK등 대 기업으로 가기 때문에 '왜 하필이면 마늘이냐'라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한다.
문제는 지난 3년동안에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긴급관세조치가 시간벌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정부가 마늘농가의 피해액이 얼마나 되는 지 그 정도의 계산도 안했을까.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무서워 알리지 않았는 가.
솔직해야 대책이 나오는 법이다. 우르과이 라운드 협상 이후에 그 흔한 마늘 산업의 '경쟁력 강화''구조조정'대책은 한 번도 논한 적이 없다. 정부는 농민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다.
내년부터는 중국산 마늘의 수입 급증으로 피해를 보는 곳은 전남 신안군 등 10개군이다. 전남이 가장 피해가 가장 많고, 경남이 그 다음이며 경북·제주 순이다. 전북 마늘 생산량은 전국의 2%정도이므로 피해액은 적다.
그러나 앞으로 3년후에 쌀이 개방되면 전체농가의 열 농가 가운데 일곱농가가 쌀농사를 짓고 있는 전북의 피해는 가히 메가톤급이다. 실제로 몇년전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에서 전북의 쌀 개방피해액은 가장 크다. 전국의 2백여개 시군 가운데에서 피해액은 김제군이 가장 크고 피해순위 열 손가락안에 드는 군 또한 전북이 다섯개군이나 된다.
솔직해야 대안이 나온다
정부는 쌀협상을 지금과 같이 쌀개방을 막을려고 하지만 여건은 예전같지 않다. 쌀수입제한을 지지했던 일본도 자유화했다. 쌀에 대해 수입제한을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더구나 OECD의 가입으로 지난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처럼 우리나라가 개도국이라고 하지 못한다.
이런 저런 상황을 따지고 보면 3년후면 쌀이 개방될 공산이 크다. 마늘협상처럼 공산물 수출이라는 명분에서 쌀시장은 개방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정부는 마치 수입제한조처를 연장할 것처럼 말하지 말고 쌀 수입완전개방에 대해 논의해야한다. 그래야 피해가 얼마인 지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대책이 무엇인 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서 전북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야 전북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낼 수 있다. 할 수 없는 것이 있어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소순열(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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