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편집국장
지방투어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눈여겨볼 만한 여러 지방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방대학과 지방산업, 지방정책의 기본원칙들을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성 있게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에 앞서 지방을 순회하면서 토론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 역시 지방분권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강한 실천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돼 매우 고무적이다.
우선 노무현 당선자의 지역발전 전략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그것인데 지방지원 프로젝트는 지방이 먼저 만들고 심사와 평가를 통해 채택된 것에 한해서만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크게 바뀐 지방정책 패러다임
현행처럼 중앙정부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지역에 하나씩 나눠주는 식이 아니라 지방이 구상한, 효율성이 검증된 프로젝트만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에 일방적으로 요구하던 관행이나 정치적 고려, 또는 인맥 등에 의한 발전전략이 설 자리가 없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둘째는 지방간 경쟁을 통한 '차등지원 원칙'이다. 그는 각 지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적 방법이 필요하고 중앙정부의 자원을 차등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정산업을 유치하는 지방은 조세제도나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행위에 대한 재량권을 주는 등 인센티브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정책베끼기나 정부가 던져주는 프로젝트만 따먹는 구태의연한 방법은 앞으로 걷어치워야 한다. '준비된 지방'이 아니면 지역발전도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각 지역이 머리를 쓰지 않으면 국물도 없게 될 것이다.
셋째는 지방대학을 지방분권의 핵심에 두겠다는 것이다. 각 지역이 지방대학과 의논해서 지역발전방안을 만들고 대학재정지원도 지방대학에만 할 생각이라고 밝힌 대목을 잘 읽어야 할 것 같다.
학벌 학력중심의 사회와 대학의 서열화에 대한 해법까지도 지방대학 육성에서 찾겠다는 것이고 보면 지역발전의 자궁역할을 할 지방대학들이 앉아서 기다릴 일이 아니라 엄청 변해야 될 것 같다.
넷째 지방언론의 중요성이다. 어떤 사업이 성공하려면 지역주민들이 의지를 함께 공유하고 모아야 하는데 지방언론이 그 통합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지방화전략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학과 언론이 중심이 돼 지역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시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그 중심에 지방언론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언론이 대접받고 지방언론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던 과거 정권의 언론정책에 비해서는 코페르니쿠스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노 당선자의 이런 몇가지 지방전략은 '지방이 앞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과거에는 지방의 문제를 중앙에 목매달고 해결하려 했지만 이제는 지방 스스로가 지역의 의제(agenda)들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숙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지방시대는 '지방고민시대'
태권도공원과 양성자가속기의 사례처럼 중앙부처 시책을 놓고 벌떼처럼 달려들어 피 튀기는 싸움을 하던 관행, 머리는 쓰지 않고 대충 시늉만 내는 자치단체의 안일, 중앙의 몇몇 인맥과 정치권 로비에 의존하는 행태 등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지방 스스로가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튀지 않으면 지역간 경쟁에서 비교우위에 설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에서 지방분권시대는 '지방고민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지역은 발빠르게도 학계와 자치단체가 지역발전보고서를 만들어 인수위에 전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전북은 어떤 '준비된 지방'을 제시할 것인지 고민이라도 하고 있는가.
/이경재(본사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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