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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공론장'형성과 확대

 

 

 

최근 <지구를 지켜라> 라는 영화가 우리 관심을 끌고있다. 대중들로부터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던 영화다.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을 보면서 '참 싱겁구나' 생각을 했는데, 곱씹어볼수록 작금의 전라북도 상황과 절묘하게 떨어지면서 '전북을 지켜라'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전북을 지켜라!」이 말을 듣는 순간,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전북을 지키는 방법

 

 

'양성자 가속기와 함께 최첨단 산업의 메카로 가는 전북' '새만금만이 전북의 살 길'이라며 보여준 삭발 궐기시위, 'RT산업의 메카, 핵폐기물처리장을 전북에' '전주권 그린벨트 해제 삭발'. 2003년 지금까지 전라북도는 이렇게 전북을 지켜냈다. 2003년의 절반을, 아니 지금까지도 전라북도는 현안사업의 지속추진과 신규사업의 유치만이 전북을 지키고, 전북의 밝은 미래를 앞당길 것이라고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개발과 성장만이 전북을 지켜낼 수 있다고, 200%이상 믿어 의심치 않는 신념과 의지로 똘똘 뭉친 '전북을 지키는 집단'이 형성된 시기가 바로 2003년 상반기다. 개발과 성장만이 전북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 속에 개인과 집단이 이미 소유한 행정력과 물리력을 총동원하는 전북의 권력집단들! 과연 이들이 전북을 지켜내고, 앞으로도 지켜낼 수 있을까?

 

 

이즈음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보자.

개발과 성장도 필요하지만 21세기 시민사회에서 전라북도를 지켜낼 수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공론장'의 형성과 확대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서 돈과 권력의 논리로 환원되지 않는 시민사회의 문법을 잘 보여주는 것이 「공론장」이다.

 

 

이 공론장은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과 토론을 통해 공적 의지가 형성돼 민주적으로 이뤄지며, 시민사회 형성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의 발전으로 종래의 공론장과 구별되는 사이버공론장이 새롭게 형성됐고, 정치적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공론장은  현실공간에서의 공론장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하느냐에 따라 시민사회 공론장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현실공론자와 역할을 나눌 수 있다. 왜냐하면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공론은 말 그대로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며, 이 공론이 현실화되는 곳은 엄연히 오프라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매체와 인쇄매체에 의존하는 현실공간에서의 공론장은 방송과 인쇄매체의 민주주의 성숙도에 의해 형성, 발전, 심화될 것이다.

 

 

한편 성장단계에 있는 지방자치는 주민의 참여공간을 확대하고,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시민단체)의 거버넌스(governance)체제로 나타난다. 참여와 자치의 시대를 넘어 분권의 시대에는 거버넌스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확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민선3기 더욱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이를 위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교환되고, 공적 의제를 형성하는 시민사회 공론장의 확장과 발전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2003년 전북은 권력과 물리력을 동원한 집단과 자발적 참여라는 가면을 쓴 동원집단의 총궐기 형태의 통치체제를 마련했다. 또한 철저히 지배집단의 의사를 대변하는 방송과 인쇄매체에 의존하는 공론장에서는 소수집단의 의견이 자유롭게 발현될 수 없었고, 지배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의견의 교환가치는 전북의 권력집단에 위해하기 때문에 철저히 시민사회로부터 고립시키거나 막대한 물리력을 동원해 분쇄시켜 나가고 있다.

 

 

결국 이러한 행동은 전라북도 시민사회 형성과 이를 지켜낼 수 있는 공론장을 상실시키고 있다. 공론장이 형성되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한 시민사회의 형성도 지역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획일적 의견 경계해야

 

 

이제 전북에 획일적인 의견과 기존 기득권 지배권력집단만의 이해가 관철되는 사회를 극복해야만 한다. 전북을 지켜내고, 궁극적인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공론의 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시민단체들이 자기 성찰과 더불어 공론장 만들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시민단체가 갖고 있는 역동성과 건강서을 공론장이라는 현장에서 발휘해야한다. 방송매체와 인쇄매체에 너무 의존해서도 안되겠지만, 방송과 인쇄매체가 제자리를 찾도록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요구된다.

 

 

한편 전북을 지켜낸다고 과신하고, 돈과 힘으로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집단에게 '자기 성찰'을 강력하게 제기하는 선진 지식인의 역할도 기대하는 바이다. 2003년 「전북을 지켜라!」그것은 공론장을 통해 가능하다.

 

 

/염경형(전주시민회 사무국장)

 

 

*염경형씨는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을 수료하고, 현재 광주고법전주부유치추진위 사무처장과 전북수돗물불소화추진위 사무국장, 그리고 94년부터 전주시민화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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