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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피서지에서 생긴 두 가지 일

 

 

 

지루한 장마에 이어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사람들이 떠난다. 유명피서지 국도를 비롯해 고속도로에서 차들이 거북이 걸음을 한다. 필자도 3일간의 휴가를 얻어 부안 위도와 지리산 피아골로 피서를 다녀왔다.

 

 

부안 곳곳에는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노란 깃발 일색이다. 상점마다, 가로등, 전봇대, 부안의 차들은 모두가 깃발 하나쯤은 꽂아 있다. 위도를 향한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격포와 위도사이 잔잔한 바다에서 전날 200여대의 해상시위대의 목소리를 듣는 듯 하다.

 

 

 현지주민이 파란색 수건을 흔들며 환영했다는 방파제가 보인다. 지역에서 사신지 60년이 넘었다는 촌노(村老)를 만나면서 위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부안의 김종규 군수를 호되게 혼낸다. '모가지가 짤린다고 하더래도 하지 말 것은 하지 말았어야지' '종규, 지가 무슨 힘이 있것는가, 윗놈들이 갖은 협박을 해 댔사니 어쩔 수 없이 했것지, 그래도 종규가 그러면 안되지…, 이제 와서 무슨 주민투표여, 넋빠진 놈' 대통령에게도 한 말씀하신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도 못한 짓을 노 머시기가 저지르고 있다' 'X선, γ선, 내가 원자에 대해서는 군부대에서 있어서 잘 알고 있는 데 (내가 이야기 하면) 하루밤도 모자랄 거여. 우랴눔, 플로튜늄 그것이 머신디, 글도 우리 때는 괜찮것지만 우리 손자, 손녀 때는 문제가 되는게 방사능인데, 체르노빌 그것은 원자 폭탄이 터진 것이나 마찬가지여…' '위도 사람들도 먼가를 알고 해야지, 3억이네 5억이네 준다고 헌게 다--- 찬성이네, 내가 이야기하면 죽일놈 되고, 낼모레 죽을 사람이 먼 얘기를 하면 들어 준가? 가만이 있어야제'

 

 

 60년지기 친구와 10년만에 만남에서 30분 동안 토해낸 것은 핵폐기장의 위도 유치 문제이다. 12리까지 있는 위도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데는 쉽지 않다고 하시면서 점심이나 먹자고 한다.

 

 

위도는 지금도 도로를 내고 개발이 한창이다. 해수욕장 안쪽으로는 공원조성과 조경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했다고 하는데, 군수가 취임하고 시작한 공사라고 한다. 시멘트 계단을 위장하려는 듯 인조잔디가 덮여있지만 서해바다를 담고 있는 오목한 해수욕장의 경관을 해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다.

 

 

 훼리호 사건이 발생한지 꼭 10주년이 되는 올 해 위도는 파금장항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령비'가 묵묵히 역사를 지켜보는 듯 하다. 위도를 떠나는 마지막 배에서 바라본 해넘이는 온통 붉은 색이었다가 어느새 '핵폐기장 반대'의 깃발처럼 노란색으로 바뀌고 있다.

 

 

 

 

이튿날 아침, 오토캠핑을 한다는 지리산 피아골로 향했다. 다행히 일찍 도착한 선배님들이 자리를 확보해 캠핑을 할 수 있었지 매표소 근처에 있는 오토캠핑장은 아침부터 만원사례를 이뤘다고 한다. 입장료, 문화재 관람료로 2,600원을 내고 공원에 들어섰고 해질 무렵이 되자 관리소원들이 차량과 텐트의 크기에 따라 이용료를 받고 있다. 주차료 4,000원, 캠핑장 사용료 4,500원을 받아간다. 국립공원내에서 캠핑을 처음 하는 사람은 '왠 사용료냐'고 반박하지만 눈에 띄게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꼭지가 세 개밖에 없는 취사대를 사용할 때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유일한 취사대는 이용객을 수용하지 못해 줄을 서게 하고, 키가 큰 사람도 이용하기 힘든 높고 좁은 식수대는 더위보다 짜증을 더하게 한다. 관리사무소원들이 직접 캠핑체험을 한다면 바로 느낄 수 있고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공중화장실은 깨끗한 편이지만 두 개의 세면대중 하나는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주변에 공중샤워실이 갖추어지지 않아 여성들의 불편이 말이 아니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지리산 오토캠핑장 이용료는 똑같다. 그런데 편익시설에서 차이가 난다면 시설이 열악한 특정지역을 찾는 이들은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 아닌가? 균등한 시설로써 이용료를 균등하게 받는 게 상식적인 것 아닐까? 관리사무소원들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용객들의 불평등한 대우를 개선하기보다는 어느 지역은 편익시설이 잘 되어있고 어느 지역은 부족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자연에서의 평등을 배워야 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계곡에서의 취사행위를 하지 않고 자신들이 가져온 음식물과 쓰레기를 청소하는 성숙한 시민들의 모습, 물놀이에 지체부자유인 7살 자식과 동반한 한 부모의 극진한 사랑은 피아골에서 피서를 더욱 기쁘게 했다.

 

 

 그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일까? 민족의 영산 지리산 한 자락인 피아골에서의 느꼈던 우리 일상의 불평등함의 연속은 피서의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염경형(전주시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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