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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해외이민, 꼼꼼히 따져보자

 

요즘 유행한다는 사오정과 오륙도란 우스갯소리의 뜻을 알고 나서 고개를 끄덕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45세면 정년이고, 56세까지 직장에 다니고 있으면 도둑놈'이라는 사회적 추세를 빗댄 말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문제의 심각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세기에 인간의 수명은 30년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그것은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위생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유아기와 청년기의 사망률이 극적으로 낮아지고, 환자들의 생존율은 크게 높아진데 기인한다.

 

요즘, 환갑(60세)잔치는 낯뜨거워 못하고 대신 부부여행이나, 조촐한 가족모임으로 대신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늘어난 수명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50대는 물론이고, 60대까지도 정상적인 근로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한참 일할 40대에 직장에서 등을 떠밀린 사람들은 그 다음부터는 무엇을 해야할지 앞이 깜깜할 것이다.

 

성공의 기회도 부의 차이에 따라

 

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들의 한달 평균 생활비는 167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중 자녀들의 사교육비에 들어가는 돈은 평균 60만 5천 원으로 가계생활비의 36.2%나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공교육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빈부의 격차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의 격차도 커지고, 이것이 실력의 격차로 연결된다는데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성공의 기회도 이제는 부의 다과(多寡)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얼마 전, 한 TV홈쇼핑에서는 이례적으로 [캐나다 이민상품]을 팔았다. 두 번의 판매를 통해 놀랍게도 3,000여 명이 신청했고, 판매액만도 600억 원이나 되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문제는 신청자 중에서 고학력의 30대 이민 신청자가 절반을 넘는다는데 있다.

 

왜 이 땅에 젊은 30대들이 조국을 등지고 해외이민을 선택하는 것일까?

 

그들은 필자가 앞에서 거론한 '극심한 경쟁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 가계빈곤을 부르는 사교육비의 부담, 나날이 폭등을 거듭하는 집값,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국내 정치상황' 등을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꼭 한번 집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과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캐나다란 나라가 정말로 누구에게나 살기 좋고 행복을 보장하는 파라다이스와 같은 곳일까?

 

역 이민 숫자 점차 늘어나

 

외교통상부 통계에 따르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가 현지 적응에 실패하고, 한국으로 되돌아온 역 이민자의 숫자가 2000년 9,295명, 2001년 5,696명, 2002년에는 5,923명이나 된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 역 이민 관련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캐나다 이민의 불합리성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종합해 보면, 캐나다는 인구가 적고, 실업률이 높은데다(7.7%), 스몰 비즈니스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 생업터전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 내에 어학교육원에는 12명의 영어권 5개국 출신 외국인 강사가 있는데, 그중 6명이 캐나다에서 온 젊은이들이다. 그들에게 한국에 온 이유를 물으면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캐나다에선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최근의 우리 국민들의 해외이민 열풍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COEX에서 열린 해외이민박람회장에 1만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 땅을 떠나고 싶다는 집단적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만 봐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요즘처럼 모든 계층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리더십이 상실된 듯한 혼란상이 계속된다면 이민 열기는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우리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안정된 삶이고, 국가정책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도 국민의 생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국가시스템을 확고하게 바로잡아 불안하고 불확실한 나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을 떠나려하는 사람들도 조금만 더 냉정을 되찾고 꼼꼼히 따져보도록 하자.

 

해외 이민, 충동만으로 선택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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