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완산구 삼천동에 자리잡은 해성중학교의 점심시간. 따스한 봄볕으로 사춘기 청소년들을 불러낸 운동장은 활기가 넘친다.
실내공간에서도 학생들에게 단연 인기를 끄는 곳이 있다. 지난해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단장된 교실 두칸 크기의 도서관이다. 먼지 쌓인 책들이 순서없이 꽂혀있던 예전의 '도서 창고'가 아니다.
대학 도서관처럼 제대로 분류된 책들이 개가식 서가에 진열됐고 컴퓨터를 통해 손쉽게 도서목록을 검색할 수도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정기간행물은 항상 인기다.
대형TV가 설치된 멀티미디어 학습코너와 인터넷·CD롬등에 담겨있는 디지털 정보도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정보 탐색 활동을 돕는다.
무엇보다 카페에 들어선 것처럼 아늑하게 꾸며진 공간이 학생들을 편안하게 한다. 학생들이 안정된 분위기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의자와 책상의 색상·위치까지 배려했다.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전에는 사실상 도서보관 창고나 다름 없었습니다”
이 학교 어문학부장인 심연무 교사는 "지난해 8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 지역 학교 도서관을 둘러보았다”며 "도서관이 종합 정보·학습센터로 바뀐 이후에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운영은 심교사를 비롯, 임재욱·이은희교사등 3명의 국어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전담 사서교사가 없는 게 애로사항이지만 '도서실 관리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을 돕고 있다.
또 다음달부터는 학부모 도우미 10명이 매일 1∼2명씩 교대로 도서관 자원봉사 활동에 참가하기로 함에 따라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도서관 업무를 자원한 후배들에게 운영규정을 설명하고 있던 도서실 관리부장 김수지양(3학년)은 "책뿐 아니라 인터넷까지 이용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다”며 "점심시간 약속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난후 시작된 5교시에는 2학년 12반 도덕및 종교수업이 도서관에서 진행됐다. 모둠학습이나 멀티미디어 기자재 활용이 필요할 경우 신청을 통해 학급단위 도서관 활용수업이 가능하다.
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리모델링 전에는 도서관을 찾는 학생이 많아야 하루 10명 안팎이었지만 이제는 아침 수업전과 ·점심시간을 이용, 1백∼1백50명이 찾아오고 하루평균 80∼90권의 도서가 대출된다.
다만 소장된 장서가 학생수에 비해 부족한 게 아쉬운 점이다.
학교에서도 독서활동 권장을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책을 제일 많이 읽은 다독왕과 다독학급을 선발, 시상을 통해 도서상품권을 지급하고 도서대출 학생을 대상으로 행운권 추첨행사도 갖는다. 또 점심시간을 이용, DVD방영 계획도 세워놓았다.
학교 도서관의 변신은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부터 5개년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서관 활성화 사업에 따라 도내 초·중·고교 도서관이 속속 교육정보 종합 활용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학생들로부터 외면받았던 학교도서관이 이제 교내에서 하루에 한번쯤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편안한 장소로 변하고 있는 것.
몇몇 학교 도서관은 교육과정과 연계돼 교과시간·재량활동 시간에 정보탐색및 활용·분석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창의적인 학습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함께 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는 학교도서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시설적인 보완에 그치지 말고 교육과정 전개에 필요한 인쇄자료와 영상·디지털자료등 모든 형태의 정보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육정보 종합 활용센터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
'개점휴업'상태였던 학교 도서관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탐구학습 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학교도서관 활성화사업'의 성과다.
오는 2007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 사업은 초·중·고교 도서관을 교수·학습·문화센터로 구축, 교육정보 종합활용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다.
전북도교육청도 도서관 미설치교 해소와 시설 리모델링및 장서확충·디지털화등을 목표로 도서관 활성화사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에는 완주 고산초등학교와 전주 금암초등·군산 지곡초등·전주 남중·전주중·전주 해성중·정읍 배영고·전주 신흥고등 모두 88개학교 도서관을 변신시켰다. 학교당 지원금액은 5천만원 내외.
올해는 중등에서 전주 서곡중과 김제 지평선중·익산 진경여고등 도서관 미설치 학교 6곳을 우선 지원하고, 군산고와 전주 서중·남원 대강중등 46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초등에서도 올해 44개교를 대상으로 도서관 활성화사업을 추진한다.
이와함께 도서관 활용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역기업및 공공기관과 자매결연을 추진, 학교도서관 지원 민·관 협력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교육부는 지난 2001년부터 학교도서관 정보화계획에 의해 디지털도서관 구축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도교육청에서도 지난해까지 21개 초·중·고교를 디지털자료실 구축 시범학교로 지정한데 이어 매년 6∼8개 학교를 대상으로 도서관 디지털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완주 고산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11월 교육청 관계자와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첨단 디지털 도서관 개관식을 가졌다. 잉여교실 3칸을 리모델링, 첨단 교육정보자료실로 거듭난 이 학교 도서관은 동영상 검색실과 모둠학습실·문헌정보실·PC검색실·쉼터등 11개 공간으로 짜여졌다.
학교측은 새롭게 변신한 도서관이 지역 인재양성은 물론 지역사회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교 도서관의 과제
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학교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쾌적한 시설과 함께 양질의 도서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학교 도서관이 리모델링을 통해 디지털 종합학습 공간으로 거듭난다고 해도 정작 읽을 만한 책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에서는 학생 1인당 10권이상의 도서자료 확충을 위해 도서구입 예산으로 학교경상운영비의 3%이상을 확보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의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학부모와 교사·동문및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도서기증 운동과 함께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의 예산지원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 도서관 전담 관리인력을 배치하는 일도 시급하다. 도서관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하고 전문 사서교사가 정겹게 맞아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도내 학교도서관중 사서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국어교사들이 사서 역할을 겸하고 있는 실정. 다른 지역도 사서교사가 적지만 전북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다는 게 도교육위원회 박일범 위원의 지적이다.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해 갈수록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이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따라 도교육청은 각급 학교에 점진적으로 계약직 사서 인력을 확충하기로 하고 우선 사서자격증을 가진 교사를 도서관 책임자로 배치, 수업시수 경감·담임면제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또 학부모와 퇴직교원등을 도서관 도우미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당장 전담 사서인력 충원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 학부모들이 일정 기간의 연수를 통해 도서관 자원봉사 활동에 나선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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