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생활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라북도에 살고 있음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한때는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되고, 발전의 논리에서도 제외되었던 전라북도는 상대적으로 문화생태계가 어느 지역보다 잘 보존되어 있다. 유형의 자산이 그렇고 무형의 가치가 또한 그렇다. 판소리, 전통음식, 한옥, 한지, 풍물, 유 무형문화재 등 전통 원형을 토대로 한 이지역의 자산이 낙후의 상징인양 주목받지 못하고 천대 받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전통과 원형, 토종은 소중한 자원이자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전주시의 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 무형문화재전당유치, 판소리의 세계문화유산지정, 등 전통의 원형을 브랜드로 한 이지역의 정체성 찾기는 이러한 맥락 속에 하나의 희망이다.
문화적 접근으로서 원형과 토종 그리고 전통생활문화를 화두로 하는 지역발전전략은 어느 정도 합의와 실천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전라북도는 전통적으로 농도이다. 농업이 존중받던 ‘농자천하지대본’의 시절에 전라북도는 온 국민의 곡식창고였다.
세계화와 글로벌경영을 기치로 내세운 21세기 지구촌은 문화적 장벽 뿐 아니라 농, 수, 축산물 등 모든 재화의 수입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급속히 우리 삶 속에 파고들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식탁에 수입 농산물과 수산물, 축산물이 버젓이 올라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체감하고 성장해야 할 우리 자녀들이 인터넷과 TV 등 각종매체를 통해 세계화의 논리로 획일화된 문화에 빠져들고 가고 있듯이 일상생활의 식탁까지도 우리의 토종을 잃은 지 오래다.
전라북도는 우리의 토종과 원형, 그리고 전통을 지키고 보호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수입종자가 전국의 종묘상에 대규모로 유통되고 있고, 수산업과 축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야트막한 뒷산과 나지막한 마을, 그 앞에 이어진 층층이 다랭이 등이
고유한 문화를 상징한다며 세계문화유산에 등록시키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단순한 먹거리나 농산물이 아니라 자국의 문화로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수천년 동안 이 땅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번창해온 우리 토종과 문화를 어떻게 계승발전 시키고 있는가.
드넓은 평야를 끼고 온 국민을 먹여 살렸던 전라북도가 전통과 원형 토종을 지키고 발전시키고 유통하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적극 추진되어야 하며
어느 산업에도 뒤지지 않는 고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가능성 이미 입증되고 있다.
수요가 늘어가고 있는 유기농 돼지고기의 경우 소고기 값을 넘어서고 있고, 정읍의 박문기 선생은 ‘다마금’이라는 토종 쌀 종자를 생산해 서울의 유명백화점에 고가에 납품하고 있다.
전라북도에서 생산, 유통되는 모든 농수축산물을 우리 토종으로 하고, 이와 관련한 연구기관, 행정기관, 관련기업 등을 유치해서 전통의 원형과 토종을 지키고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특별구역으로 지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 누구나 와서 쉬고 싶고, 살고 싶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먹거리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그런 전라북도를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다.
전통생활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전라북도가 전통과 원형, 토종을 화두로 21세기 발전전략을 세운다면 국가적 필요성에서도 그렇고, 친환경적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도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전통생활문화를 면면히 이어갈 후손에게 무엇보다도 값진 유산을 물려줄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김승민(사단법인 마당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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