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대표하는 김용택 시인은 ‘전주에 한 떼의 사람들이 있다.’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한 떼의 사람들이 / 아름다운 들녘을 지나 / 시퍼런 강물을 건너 / 한 떼의 사람들이 / 아름다운 마을을 지나 / 커다란 산맥을 넘어 / 어둡고 칙칙한 산등성 / 어둠을 가르며 / 한밤중을 간다 / 한 떼의 사람들이 /지나는 곳마다 / 돌아앉은 것들은 / 마주 돌아앉아 꽃처럼 웃고 / 넘어진 것들은 일어서고...... ”
그렇게 시작한 ‘문화저널’이 11월이면 창간 18주년을 맞는다.
18년이라는 세월동안 묵묵히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진정성을 잃지 않고 걸어온 길이다.
먼저 그 길을 걸어온 한 떼의 사람들께 감사의 말씀과 경의를 표한다.
1987년 이 한 떼의 사람들은 젊고 패기만만한, 그러나 세상을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20대 후반과 30대 초중반의 시민, 문화예술인, 언론인, 대학교수들이었다.
이들은 전라도 땅의 가장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 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고,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사라져가는 우리 것을 지키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였고, 그들의 공감은 실천으로 이어져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월간 문화예술전문지 ‘문화저널’을 만들게 되었다.
그들은 각자의 호주머니 돈을 털었고, 건강한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 문화단체가 누구의 것도 아닌 전북 도민 모두의 것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열린 경영을 하겠다는, 그리고 결코 돈으로 벌기 위한 책을 만들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창간 18주년을 눈앞에 둔 지금도 그 원칙은 변하지 않는 중요한 원칙이다.
18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20대 후반과 30대 초중반이었던 그들은 이제 40대와 50대가 되어 중견으로 지역문화를 지키고 이끌어 가는 일에 지칠지 않는 열정과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적지 않은 세월동안 그들이 남긴 흔적들은 이 지역 문화역량을 지키는 힘이었고 실천이었다.
87년 11월 17일 “전북지역의 찬란한 전통문화를 발전계승하며 우리의 구체적인 삶에 근거한 건강한 문화를 널리 보급함으로써 건전한 문화풍토 조성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창간한 월간 ‘문화저널’은 11월호로 통권 210호를 발간한다.
전국각지의 건강한 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공연단체와 연주자들을 초청하여 진행하고 있는 기획공연으로 김명곤의 창작판소리(금수궁가), 김덕수 사물놀이, 노래를 찾는 사람들, 김영동의 삼포 가는 길, 슬기둥이 찾는 오늘의 우리음악, 노래마을 초청공연, 임동창 피아노 공연, 뮤지컬 블루사이공, 어린이극 강아지 똥,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 가을날의 뜨락음악회 등의 공연을 올려왔다.
또한 미술인구의 저변확대와 젊은 청년작가들을 발굴하여 진행한 기획 전시로는 청년작가초대전, 이철수 판화전, 손내사람 손내옹기전, 남궁산 목판화전 등이 있고, 전성옥의 『춘향가』, 『판소리기행』, 김정수의 『연극의 시대는 갔는가』, 전북학연구총서 『전북의 판소리』, 전통문화예술정리를 위한 연구용역(마을지킴이, 정악, 농악, 민요, 만가) 등의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1991년부터 시민문화강좌를 열어 판소리강좌, 한국미술사강좌, 영화사 강좌, 역사강좌, 등 문화와 역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환기시키고 문화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지역문화유산과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는 백제기행은 88년 5월 처음시작, 18년째 격월로 진행해 10월이면 백두 번째 기행을 진행한다. 백제기행은 전북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기행문화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밖에도 2002년 사단법인 마당의 출범과 함께 지역의 또 하나의 창으로 문을 연 마당수요포럼은 건강한 토론문화의 정착으로 지역문화의 내일을 준비하고 있고, 문화의 시대를 열어갈 ‘사람’을 키워가는 마당문화기획아카데미는 지역문화의 특수성에 기초한 문화기획전문과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다시 한번 열과 성을 다해 지역의 문화를 지켜온 한 떼의 사람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시대가 바뀌고 문화적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 그들의 노력과 흔적은 현재진행형의 실천으로 결실을 맺으리라!
/김승민(사단법인 마당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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