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방폐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관권개입과 부정투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이미 진행된 부재자 투표는 조직적인 관권 개입으로 탈법, 불법 투표가 있었다는 것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결과 사실로 확인되었다. 특히 부정하게 작성된 신고서의 70%가 군산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전라북도와 군산시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개입을 일삼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배불러 터진 경상도, 보리문둥이’ 운운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반대 단체를 비방하는 원색적인 현수막이 거리를 뒤 덮고 있다. 정부의 경상도 밀어주기 음모론을 주장하며 대정부 투쟁을 계획한다거나 방폐장 유치하여 직도 폭격장을 막아내자는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가 횡횡 한다. 찬성은 선이고 반대는 악이라는 흑백논리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적 폭력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군산은 방폐장 문제에 한해서는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천박한 지역감정과 지역대결 구도 조장은 결국 군산 시와 전라북도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현수막이 경주 측 찬성단체에 의해 시내 곳곳에 내걸렸고, 경북의 지역 언론은 이를 부추기기에 바빴다. 의도와는 달리 경주의 찬성표를 결집 시키는데 혁혁한 기여를 한 셈이다. 군산 시는 아차 싶어 뒤늦게 수 백 여장의 현수막을 철거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노무현대통령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관권개입과 부정투표 시비로 주민투표 무효 소송에서 투표 무효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상황을 의식한 듯 주말 산행에서 기자들에게 극단적인 과열로 치닫는 주민투표로 발생할 후유증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자신이 그토록 강조하는 토론과 설득이라는 사회적 합의 절차보다 돈을 앞세운 유치 경쟁으로 방폐장을 선정하려한 정책 실패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지역감정의 최대 피해자가 누구인가? 군사 정권의 통치 수단이자 집권 연장의 도구로 악용되었고 국토 발전의 불균형과 경제적 기반의 집중을 불러온 지역감정의 최대의 피해자는 바로 호남이다. 그래서 어느 지역보다도 지역감정과 지역간 대결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이 바로 전북도민 아닌가? 경상도 출신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것도 지역감정을 볼모로 지역대결 구도를 고착화한 후진적인 정치행태를 바로 잡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한 사회개혁을 이루기 위함이리라. 따라서 우리가 지켜야 할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은 3천억원의 지원금이 아니라 참여민주주의를 지켜온 시민정신일 것이다.
내일은 주민투표 날이다. 관권과 부정으로 얼룩진 주민투표를 되살리는 것은 이제 주민들의 몫이다. 이승만 정권 이후 최대의 부정선거라는 주민투표에 빠짐없는 참여로 심판해야 할 것이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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