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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씨름과 인터넷문화

씨름은 유목사회에서 출발한 야외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는 씨름은 현재도 한국을 비롯하여 몽골, 러시아, 터어키, 일본 그리고 알프스의 목동 사이에서까지 성행하고 있다.

 

한국이나 몽골과 같이 두 사람이 맞달라붙어 힘을 겨루는 씨름의 형태는 이미 기원전 초원의 기마민족 사이에서 유행하였던 듯, 스키타이 풍의 북방 청동기에 그 원초적 형태가 뚜렷이 남아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거쳐 일본열도에 들어간 씨름은 일본인 특유의 감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스모로 변모하였다. 씨름과 스모에는 여러 차이점이 있으나 스모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눈을 읽으며 승부에 임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씨름의 경우 심판이 삿바를 마주잡은 두 선수의 등을 두드리는 것으로 시합이 시작되지만, 스모는 두 선수가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상대방의 표정을 읽으며 무언의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정확하게 시작하기조차 힘들다.

 

스모의 이와 같은 특징은, 일본어에도 잘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철저하게 상대방의 눈치를 살펴가며 대화를 꾸려나가는 일본인 특유의 심성이 스포츠에 여실히 반영된 결과로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스모를 국기로 여기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일본다운 문화의 한 단면으로서 대내외에 상징화되어 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의사를 소통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표정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그 표정이란 다름 아닌 마음의 창 눈을 읽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주장을 경청한 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며 상대방과의 의견 차이를 조율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와 타협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가 인터넷시대를 맞이하여 크게 변하고 있다.

 

감추어진 곳에서 상대방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작금의 상태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지니는 쌍방대화의 결핍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이는 우리 교육과정의 가장 큰 결함인 주입식 교육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평소에 학생들이 생각하는 바를 논리정연하게 토론을 하거나 이를 문장으로 표현하는 훈련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타협의 문화가 좀처럼 정착되지 않는다. 소위 TV의 토론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논객들조차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말을 끊기 일쑤이며 정제되지도 않은 자기주장을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방의 다양한 표정을 읽으며 상대의 논리를 경청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반론하는 훈련을 인터넷매체를 통해서는 좀처럼 체득하기 어렵다. 오로지 자기논리만이 난무하며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수사로 화면을 채워나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사소통의 왜곡된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요즈음 인터넷 실명제가 거론되고 클린 사이버라는 말이 공익광고 등을 통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인터넷문화 강국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부정적인 문화현상의 한 단면이다.

 

/민병훈(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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