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서울 나들이를 한 적이 있다 어릴 적 친구가 사위를 본 다기에 몇 군데 들러 볼 곳도 있고 해서 아침 일찍 나서기로 했다. 서울 길은 매 번 시골뜨기 내겐 긴장감을 준다
다른 때는 으례껏 일행이 있어서 나는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됐었지만 그 날은 나 혼자 였으므로 출발부터 긴장감은 더 했다 그러나 묘한 해방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강남에서 도봉역 까지 전철을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물어물어 종로3가에선가 1호선으로 갈아타서 도봉역까지
가면 된다는 것을 확인해 두고 열차를 기다리는데 처음 타 볼 때처럼 낯설고 설레였다
안내방송부터 달라져 있었다 . 예전엔 분명히“열차가 도착하니 승객 여러분은 안전선 바깥으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였었다 그런데 그 날은“안전선 안쪽으로 한 걸음 물러나라”였다. “바깥으로 물러나라” 할 때의 안전선은 열차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선이 된다
승객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지금처럼 “안전선 안쪽”이라야 옳다 그 방송 탓이었는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환승역에서 갈아 타고나서, 이제 한30여분은 편한 마음으로 가면 되겠지 했다 간혹 들리는 안내방송도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려니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왜 안 내리느냐?”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텅 빈 차안에 나와 그 청년, 둘 밖에 없지 않은가! 어려서 몹시 앓은 듯 서있기 조차 불편해 보였으나 얼굴에는 웃음을 담고 있었다
“도봉역까지 간다” 했지만 “여기서 내렸다 차를 갈아타야 한다”며 앞장서 내리더니“ 이 자리에 서 있다가 성북행이나 의정부행 열차를 타면 된다”며 “의정부행 열차를 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반대편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불편한 걸음걸이로 서두르는 뒷 모습이 몹시 안쓰러워 보였다. 건강한 사람들도 내리기 바빴을 터인데 저런 불편한 몸으로 내게 베푼 친절이 참으로 고마웠다. .“안전선 안쪽”으로 생긴 호감이 차를 갈아 타면서어디론가 사라짐을 느꼈다. 목적지가 다가옴에 따라 긴장감도 더해 왔다. 안내방송은 물론 옆 자리 대화까지도 신경이 쓰였다. ‘노래방을 몇 군데나 거치고,“18번”을 몇 번 부르고, 이튿날 아침까지“오바이트”를 해 댔다’는 말이 그 날 따라 왜 그리 귀에 거슬렸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평소에 내가 싫어하는 말 두 가지를 한꺼번에 들어서 였는 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가장 잘 부르는 노래를“18번”이라고 한다. 원래 이 말은 일본의“이찌가와”라는 가문에 전해 내려 온“노오가꾸”라는 가면극 막간에 보여 주는 촌극의 순서에 붙인 번호인데 그 번호가 18번까지 있었다 한다 그 촌극이 요샛말로 대박을 치다 보니“18번”하면“장기(長技)”의 뜻이 되었다 한다. 일본서 그랬다고 우리까지 무턱대고 따라 할 일은 아니다.
외국인 선교사 한 분이 길거리에서 토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오우버 잍!(over eat:과식했군!) 한 것을 옆 사람이 잘 못 전달하다보니 원인을 말했던 것이 결과를 얘기한 것인양 변질 된 것 같다. 요즘 ”줄기세포가 있다, 없다“로 나라 안팎이 야단법석이다 어쩌면 세계과학사에 최대의 사기극이 될지도 모른다고도 한다 그 만큼 뛰어난 업적이었기 때문에 관심 또한 크다고 본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둘 중 어느 한 편은 거짓 주장을 폈던 것이 판명된다 한다. 만일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런 엄청난 거짓을 저질렀다면 그는 조국과 역사 앞에 씻을 수 없는 죄인이 될 것이다. 세밑은 다가오는데 폭설에다 한파까지 겹쳐 피해 입은 농가에 시름을 더해 가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에 따스한 손길이 골고루 미쳐 희망의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다.
/계정희(남원 YWCA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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