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상고심에서는 새만금이 스스로를 위해서 변론을 해줄 거라고 믿습니다.” 방조제가 막힌다면 어패류의 폐사로 수질 오염이 심각해질 것이고, 새만금 어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새만금 재판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환경단체 측 변호사의 말이다.
변호인단은 새만금을 둘러싼 변화된 상황과 조건이 이미 다 드러났기 때문에 사실에 의한 종합적이고 정책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새만금 대안 모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법리적 절차만을 강조함으로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졌다.
새만금 사업은 수년에 걸친 논쟁과 검증을 통해 사업의 용도와 방향성이 불분명해졌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심지어 전라북도까지 복합산업단지로 내부 개발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쌀 수입개방에 대비한 13만ha 농지 축소 정책과 WTO 비준안 통과로 붕괴 위기에 처한 전북의 농촌 현실을 고려할 때 농지조성을 위한 새만금 사업은 정부의 정책과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모순 그 자체이다. 따라서 2심 재판부의 판결은 농지조성이라는 모순과 허상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한 담수호의 목표 수질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과학적인 사실을 일부 비관론이라고 일축했으나 이 역시 과학적 영역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법리적 판단이다. 시화호의 심각한 수질오염의 원인이 담수화 과정에서 어패류의 패사로 인한 부영양화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새만금의 목표수질에는 이부분이 계산되어 있지 않다. 정부가 해수유통을 언급하고 해양연구원을 통해 예측 수질을 시나리오를 만들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무수한 갯벌 생태계가 죽어가면서 생기는 단백질의 부패만큼 목표 수질은 악화될 것이다.
사업목적의 변경이 법률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판결 내용도 사업 추진의 배경과 과정, 현실적 조건을 무시한 것이다.
전라북도가 의도하는 대로 복합단지로 조성하려면 용도를 변경하려면 환경영향평가나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다시 받아야 하고 부처간 업무 조정을 통해 사업 주체를 변경해야 한다. 갯벌 매립지 성토 비용 등 수조원의 예산이 증액을 위해 농지전용기금이 아닌 다른 재원을 마련해야한다. 이러한 물음에 재판부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전라북도는 ‘새만금특별법’ 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나 새만금 사업에 관한 찬반의 비율이 전라북도와 거의 반대로 형성되는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다른 지역의 국회의원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지역발전이라는 정치적 수사와 부풀려진 개발의 환상만으로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전라북도가 원하는 대로 사업을 끌고 가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합의과정을 무엇보다 중요시해야한다. 환경단체가 제안한 대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다시 한번 전라북도에 촉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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