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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노인이 되면 외롭다 - 조혜자

조혜자(걸스카웃 김제지구 회장)

또 한해가 바뀌었다. 먹기 싫은 나이를 한 살 더 먹고야 말았다. 어린아이가 아니고서야 그 누가 나이 먹는 것을 즐거워하랴. 늙어지면 기억이 쇠하여지고 몸에 아픈 곳은 점점 많아지고 눈은 침침하여 지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 이래저래 서러운 일만 늘어난다. 그러하니 친구를 찾아 나들이를 떠나려는 엄두조차 내기가 어려워 이내 포기하고 만다. 친구 또한 하나둘씩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나고 얼마 남지가 않았다. 자녀들은 성장하여 시집장가를 들어 도회지에 살림을 차리고 옆에는 없다. 늙으면 친구로 변한다는 남편과 아내 사이마저 어느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버리고 나면 식사 시간이 되면 그리도 벅적대고 생기가 넘치었던 집안에는 혼자 남게 되어 적막 속에 휩싸이는 것이 대다수 노인들의 생활 형편이다. 오늘도 노인들은 농촌마을을 지키며 외로움과 싸우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웃들도 노인이라는 이유하나로 경원한다. 그러다보니 온종일을 기다려보아도 찾아주는 사람 하나도 없을 때가 다반사이다. 초저녁에 어느 목사님이 노인 혼자서 살고 있는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방안에서 말소리가 들리기에 누가 왔나 해서 마당에 들어가 보니 층계위에는 할머니 신발만 놓여 있기에 이상하다 싶어 마루 앞에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할머니께서는 TV에서 나오고 있는 아나운서 말을 그대로 따라서 혼잣말을 하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듣게 되었다. 오죽이나 사람이 그립고 말을 하고 싶었으면 그리하고 있겠나 싶어 가슴이 울쩍했다. 그들에게는 필요한 것,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하고 싶어서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그들을 찾아주고,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효도가 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바쁜 중에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잠시 틈날 때가 없지는 않다. 그 틈을 이웃에, 이웃마을에 살고 계신 노인어른 집을 방문, 세상사는 이야기, 옛날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데에 사용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때마침 김제 시내에 있는 어느 풍물패단에서는 매월 한번 씩 가까운 데에 위치한 무의탁 노인시설을 방문, 풍물놀이판을 펼쳐주어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다는 흐뭇한 소식이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고 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노인들의 친구가 되어 주겠다는 결심을 한번 해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리하여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노인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해주면 이보다 값지고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바로 우리 모두의 미래의 모습인 노인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 있어주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조회장은 김제시군 학교 어머니 연합회장과 평통 자문위원을 거쳐 전북문인협회 회원, 전북일보 독자위원으로 할동하고 있다.

 

/조혜자(걸스카웃 김제지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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