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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지역·계층간 교육격차 해소를 - 조미애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춘삼월을 기다리다 남도까지 봄 마중을 다녀왔다. 도심을 벗어나자 바람결이 벌써 다르다. 진즉 겨울의 흔적을 털어낸 듯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땅은 속살을 드러낸 채 씨앗을 기다리고 있었고 아직 객토를 하지 않은 논과 밭에서는 막 올라온 풀싹들이 푸릇푸릇하다. 분홍 꽃이 수놓인 블라우스 위에 연두 빛 얇은 스웨터를 입고 나온 시인은 어느새 개부랄 꽃을 찾았는지 우리에게 건넨다. 하늘빛을 꼭 닮은 작고 앙증맞은 꽃 자매가 도톰한 잎 위로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별난 기업으로 브라질에 본사를 두고 있는 셈코의 리카르도 세믈러는 최고경영자를 일컫는 CEO를 Chief Executive Officer 가 아닌 Chief Enzyme Officer 즉 ‘최고 효소 임원’이라고 한다. 촉매제라는 말이다. 촉매란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화학반응을 돕는 물질이다. 지긋이 손을 내밀어 자연 속으로 끌어내준 선배의 마음이다.

 

훈훈하게까지 느껴지는 바람이 잔가지를 흔들고 지나간다. 숨을 깊게 들이마심으로 어느새 다가온 봄을 만져본다. 몹시도 그리웠던 것처럼 흙냄새가 온몸으로 혈관을 따라 조직세포마다 스며드는 것만 같다. 내일모레 처음 학교에 가는 어린아이처럼 즐겁다. 바람은 우리에게 고정되어진 사고를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변화와 혁신적인 경영으로 성공한 셈코처럼 일하는 방식을 바꾸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믈러가 말하는 효소와 같은 지도자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해야 할 역할이며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이 바로 그렇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면서 뛰어가고 있다. 아직 외투를 벗지는 않았지만 자유롭게 놀고 있는 모습이 무척 평화롭고 안정되어 보인다. 도시에서 아이들과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불안이 그곳에는 없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원의 조사에 의하면, 농업주민의 농촌생활에 만족도는 겨우 10%를 웃도는 정도라고 한다. 도시에 살고 있다하여 모두가 생활에 만족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52%이상이 농촌생활에 불만족이라는 것은 문제가 크다. 요인으로는 열악한 교육여건이 우선 그렇고 복지시설의 부족이나 부정적인 사람들의 인식 그리고 불편한 주거환경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는 교육의 계층간 지역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한 일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로빈후드정책이라 하여 교육재정 재분배를 통한 격차를 해소하고 있으며, 영국은 EAZ(Education Action Zone) 프랑스에서는 ZEP(Les Zone d'education prioritaire)라 하여 교육투자우선지역을 도입하고 있다. 교육투자우선지역 사업은 학업성취를 향상시키고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나절의 나들이를 통해 내 안에 남도의 봄빛을 담아 온 것처럼 아름다운 자연 속에 한 폭의 풍경화처럼 우리 아이들이 교육으로 행복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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