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수업을 위해 교실까지 가는 길에서 철쭉이 하루가 다르게 벙글어진다. 지난주에는 그저 분홍빛 화관을 쓰고 앉아있더니만 오늘 아침에는 작은 럭비공이 되어 연신 하늘을 향해 고개 짓을 한다. 이미 활짝 개화했거나 진홍빛처럼 오후에라도 꽃필 것 같은 것도 있는데 백철쭉만은 이제야 화관을 막 쓰고 부스스 일어서고 있다. 다 같은 철쭉인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들에게도 조금 일찍 피는 것이 있고 늦게 피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늦은 봉오리를 맺은 백철쭉은 그동안 초록치마사이로 내보인 버선코 같기도 하고 새의 날개 끝 같기도 한 꽃잎을 내밀어 여러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이하여 얼마 전 전라북도과학교사교육연합회가 주관하는 학술세미나가 있었다. 이날 초청연사인 과학문화교육연구소 박승재 교수는 ‘잃어버린 1/3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잃어버린 1/3이란, 공부를 잘 할 수 있는데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신체장애학생이나 노력해도 안 되는 학습지진학생, 공부를 하지 않아서 성적이 나쁜 학습부진학생, 공부를 잘 하지만 제도 및 경제적 여건 등으로 소외된 학생 그리고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겹친 중복장애 학생을 말한다.
서울대학교에서 정년까지 우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던 그는 그동안 상위 1/3에 해당하는 학생들만을 격려하고 연구 지원해왔다면서 공부하기를 어려워하고 점수가 낮은 학생은 모든 것이 학생의 탓이라고만 생각하고 이해하려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을 반성했다. 그리고는 시각장애학생을 위해서 만든 학습 자료로, 지레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군데군데 홈을 파서 만든 나무판지와 오목렌즈와 볼록렌즈를 통과하는 빛이 지나는 길을 실로 이어 만든 실험기구를 보여주었다.
평준화정책의 보완을 위해 학교에서는 영재교육과 수월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위해 무료보충학습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제는 장애학생을 위한 과학실험교재의 개발과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보충학습자료의 개발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영재학생을 위한 지도 방법과 교재는 보통학생이나 지진학생을 위해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겠지만 부진학생을 위해 연구 개발한 학습지도방법이나 실험교재는 모든 학생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백철쭉이 활짝 피어 늦은 봄까지 눈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면서 세상을 하얗게 만들 것이다. 다소 이르고 늦은 시간적인 차이가 있을지언정 꽃들은 이처럼 언젠가는 제 모습을 다 내보인다. 다소 이해가 느린 우리 학생들도 더 쉬운 교재를 활용한다면 어려운 과학적 원리도 언젠가는 훤하게 물리가 트일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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