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선(한국도로공사 기술본부장)
도로를 건설하려면 대개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수용해야 할 교통량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예측해서 적절한 넓이의 도로를 만들도록 해야겠지만, 이 외에도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계절에 따라 비가 얼마나 오는지를 조사해서 도로 건설로 인해 막히는 물을 처리하는 하수시설을 계획하고, 교량 같은 각종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모래와 자갈은 어디서 구해올 것인지, 만일 산을 깎아내면 그 흙을 어디에다 처리할 수 있을 것인지, 공사비는 얼마나 들며 그 돈은 어디서 충당해야 할지, 공사에 충분한 장비와 인원은 구할 수 있는지 들을 미리 알아봐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용지를 사들이고 도로를 건설할 때 이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 영향을 분석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타당성 조사와 경제성 분석』
이렇게 도로를 건설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일들은 ‘타당성 조사’라는 이름으로 수행된다. 그중에서도 여기서는 경제적 타당성과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겠다. 경제적 타당성을 따질 때는 투자비가 얼마나 소요되고 그 덕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편익이 얼마인지를 비교 분석한다. 이때 투자한 비용보다 편익이 커야 공사가 성립되는데, 이를 ‘경제성 분석’이라고 한다.
기술적 타당성은 기술적으로 공사가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것인데, 사실상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공사는 없다. 다만 공사를 어렵게 만드는 장애 요소가 있을 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투자비가 얼마나 드는지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술적 타당성은 경제적 타당성의 일부로 다루어진다.
『기본계획과 기본설계』
기본계획을 하는 단계에서는 항공사진 지도와 이미 축적된 관련 자료를 기초로 하여 교통량을 예측하고 이에 맞는 도로 규격을 결정한다. 그리고 개략적인 경유지, 주요 교량이나 터널 같은 대형 구조물의 규모를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계획한다. 이러한 개략적인 계획안은 타당성 조사를 할 때 공사비를 계산하는 과정에 필요하므로 타당성 조사와 함께 수립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영향평가도 기본계획안을 기초로 실시한다. 이렇게 타당성 조사에서 도로 건설의 당위성이 인정되어 방침이 확정되면 기본설계에 들어간다.
기본설계를 할 때는 지형을 정밀히 측량하여 노선을 결정하고 시설물의 구조를 설계한다. 토지는 얼마나 구입해야 하는지, 철거민이 생긴다면 그 보상과 대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들을 연구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기본설계와 기본계획을 하나의 과업으로 수행하기도 한다.
『실시설계와 설계변경』
실시설계 단계에서는 실제 공사를 발주하기 전에 정밀한 공사비와 시공 방법을 보이기 위한 설계 문서를 작성한다.
따라서 실시설계에는 기본설계에서 수행한 것보다 더 정밀하고 광범위한 지질조사로 공사비와 공사 방법을 확정짓고, 공사중에 교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현장을 배려한다. 실시설계 과정에서는 기본설계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한 사실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설계를 변경하게 된다. 가장 큰 설계변경의 사유는 지질 문제인데, 새로운 지질조사에서 예상 외로 암반이 나온다든지 혹은 지하수가 분출된다든지 하는 일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도로는 이렇듯 많은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게 되며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익이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산고를 겪고 태어난 우리의 자녀가 한없이 사랑스럽고 소중하듯이 우리는 도로를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요?
/박래선(한국도로공사 기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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