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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순창고추장 성공 비결 - 황영모

황영모(전북 지역농업연구원 정책기획실장)

순창 고추장을 중심으로 한 장류산업은 농업과 가공산업간 연계로 부가가치를 창출한 대표적 사례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의 이면에는 지역내 농가와 전통고추장업체간의 계약재배가 그 숨은 원동력이었다.

 

지역농업발전의 단초, 고추계약 재배

 

초기 고추생산 농가와 전통고추장업체간의 계약재배는 군청이 중심이 되어 추진했다. 그러나 고추값 폭등으로 농가의 계약이행이 낮고, 행정도 사업의 필요성과 전문성이 부족하여 결국 흐지부지 되었다. 생산자 단체인 농협은 역할을 찾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그 후 터덕거리던 계약재배 사업은 농민회를 중심으로 농민회원 20여명이 참여하면서 완전히 다른 상황을 만들어 갔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진 농민회원의 계약재배는 눈앞의 이득보다 충실한 의무이행으로 주변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고추 흉년으로 시장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임에도 계약재배 농민은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며 사업을 안착시켜냈다. 전통고추장업체, 농협과 행정의 생산농민에 대한 선입견을 해소하며 사업지속의 튼튼한 틀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다음해는 전통고추장업체도 품질좋은 고추장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더욱 늘었다. 당연히 계약재배 농가도 늘게 되고, 뒷짐만 지고 있던 농협과 군청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장류산업 활성화의 새 지평을 열다

 

농가와 업체간의 계약재배 사업이 안정되자 생산분야의 1차산업을 고추장 가공으로 2차산업과 연계하고, 장담그기 체험 행사 등으로 다각화시켜 낼 수 있었다. 이후 계약재배는 고추장 원료인 콩, 찹쌀, 매실 등으로 확대되었고, 전국적 지역혁신의 성공사례로 선정되어 신활력 사업 등 국가사업으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지금은 ‘전통고추장 원료농산물 계약재배사업단’이 꾸려져 장류산업 발전과 지역농업의 새로운 소득창출을 해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28개 전통고추장업체와 600여명의 원료농산물 생산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2004년 1억원의 계약재배규모가 다음해 4억원, 올해에는 11억원에 달한다. 또 농가, 제조업체, 행정, 농협이 계약재배발전기금을 조성해 농산물 가격 급변시 활용하고 있다.

 

 

농업의 다각화는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

 

흔히 농업의 다각화 또는 6차 산업화를 말할 때 ‘1차+2차+3차=6차’로 이해한다. 그러나 농업의 다각화는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로 이해해야 한다. 더하기에서 1차의 농업이 없다고 해도 5차는 되지만, 곱하기에서는 1차의 농업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0차’가 되기 때문이다.

 

농산물 시장 여건의 변화로 계약재배 품목의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성실히 이행한 농민과 고추장 제조업체의 단결된 힘이 지역농업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지역농업 성공사례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생산농민의 조직화된 꾸준한 노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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