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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울지마, 이젠 웃게 될거야~ - 노현정

노현정(전북여성연합 사무처장)

울지마, 이젠 웃게 될거야 ~

 

저기, 서울 여의도 한 여성의 긴 머리가 잘린다. 몇 번의 가위질에 곱디 곱게 기른 머리칼은 흩어지고 머리카락 속 감춰있던 새파란 속살이 가슴 속 응어리진 파란 멍 덩어리인 듯, 드러내 보일수록 그 큰 눈엔 달덩이만한 눈물이 맺힌다. 추석명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시 기약 없는 시간을 약속하며 하루 세끼 먹는 것 마저 포기하고 젊은 나이 지 생명을 내건다. 지난 2월 임금체불과 인권유린, 외주위탁사의 과도한 임금 착취 등 말 못할 고통과 서러운 세월 속 KTX 400여명의 승무원들은 200여일이 넘는 끈질긴 투쟁을 진행 해 왔다. 이를 통해 불법파견조사에 대한 노동부의 재조사를 얻어내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성실한 듯 보였던 조사과정과는 달리 29일 서울지방노동청은 철도공사가 도급계약으로서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며 KTX 승무지부의 불법파견 진정 건을 종결한다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발표했다. 다시, 여기 전라북도 도청 앞 최저임금 속 사측의 비인간적 처사와 횡포 그리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그들이 매일 쓸고 닦는 도청 앞 시멘트 바닥에 한순간 내몰리며 집단 해고당한 열 네 명의 어머니들이 있다.그 맨바닥에서 시작된 투쟁은 여러 번 찢기며 짓밟혔고,적반하장격으로 용역업체의 업무방해 금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그 넓디 넓은 도청광장에서 쫓겨나 쌩쌩 지나가는 차로 앞에 천막을 치고 숙직을 해가며 투쟁해 온지 100여일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지난 8월 말 광주지방노동청 전주지청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이고, 노동조합 가입활동에 대한 불이익을 준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써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 개입한 행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라는 판결을 했었다. 이러한 판결에 잠시나마 복직의 희망을 꿈꾸었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거절당했던 도지사와의 면담도 진행되었건만, 어떠한 변화도 없다. 바로 마주하고 있는 경찰청 내 미화노동자들이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3년째 고용보장이 이루어지는 모습에서 원청사업주인 도청의 책임 있는 자세가 문제해결의 열쇠임을 묵묵히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100여일이 넘는 투쟁 끝 희망에 부풀었던 도지사와의 첫 면담의 긴 시간동안 목 놓아 울었을 그들이 긴 추석연휴 부양해야 하는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횡한 천막에서 삼킨 눈물과 한숨은 얼마나 될까. 이 땅 한 곳 한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표를 달게 한 사회적 모순 속에 20대 초반의 여성과 50대 초반의 어머니들이 말하는 옳음이 마치 허구인 냥 뒤바꿔진 채 밤낮 허공만을 떠 다니고 있다. 지난 추석, 환하게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빌었을 그들의 소원이 추운 계절이 오기 전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래보며 울고 있는 그들의 사진 속, 울지마 이젠 웃게 될거야 라고 써놓은 그 누군가의 말이 내 가슴을 뒤흔든다.

 

/노현정(전북여성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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