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산천 초목 단풍으로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다. 적상산 석벽에 붙어사는 담쟁이의 단풍으로부터 가을은 오는가. 그런가하면 들판은 오곡백과로 풍년을 노래하고 있다. 날씨가 가뭄이 들었다고들 하지만 가을걷이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슨 일이나 다 좋으면 좋겠지만 그렇질 못하다.
이런 가을이면 정처 없이 떠나 일탈을 꿈꾸며 며칠쯤 조용한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소망은 여인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가을의 몽상이리라. 이렇게 감정적으로 설레이고 있는 시기에 우리 경제가 침체된 지도 벌써 몇 년째, 이런 우리를 절망시키는 절박한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 위에 가세되어 북한의 핵실험 얘기를 들으니 보통 심란한 것이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여야 공방에서 우리 국민이 얼마나 그 위기감과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문민정부, 참여정부가 펼친 대북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과연 북한 국민들에게 얼마만큼 기아해소나 행복지수나 인권평등의 문제해소에 있어 큰 힘이 되었던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무작정 인도주의적 퍼주기식 지원이 그들의 핵 개발에 작은 도움이나마 주었을 것이라 생각되고 또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의 경제협력에 힘입어 우리 투자가 그들의 핵 개발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 정부에게 묻고 싶고 만약 그렇다면 정말 억울한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다.
배곯는 북한 주민을 위하여 무한한 식량과 연료원조를 해준 우리와 중국은 북한 붕괴로 인하여 대규모 난민들이 유입되는 것보다 북한 정권의 연장이 낫다고 판단되어 지원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무조건적인 지원을 자제하고 유화정책의 적정성을 잘 고려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저 마음과 말로만 걱정이지 해결책을 위한 여야의 정쟁이 또한 심각하여 정치권마저 염려스럽다. 지금의 위기란 세계적인 것이어서 불안하기 짝 없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함에 있어 세계 각국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이유는 가치관이 다른 김정일 독재주의의 기치아래 세계 평화를 깨트릴까를 염려함이고 상품화 할 가능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의심 때문이리라.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생각하며 오로지 나뭇잎 하나에 마지막 희망을 잃지 않았던 존시와 수우의 투철한 삶의 자세와 예술정신과 영혼의 반짝임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
이 가을엔 정치적인, 경제적인, 사회적인, 반인륜적인, 반모험적인 것들을 다 배제하고 조용히 묵상하면서 그저 맘에 맞는 사람과 다정히 낙엽지는 오솔길을 걷고 싶다. 조용한 곳에 머물면서 허물어지려는 자신을 추스르고 싶다.
/전선자(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