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훈(전북농협본부 양곡판매사업단장)
골목시장을 지나치다가 호랑이 외할머니의 떡일지라도 크고 맛있고 보기 좋아야 사 먹는 법이다. 냉혹스럽게 들리겠지만 진검승부의 장이 되어버린 WTO(세계무역기구) 체제하에서 쌀 시장은 이제 애국심이나 동정심을 포용하려 들지 않는다는 애기다. 적어도 100 여년전 개국 이래 최초로 베트남 쌀이 제물포항에 닿을 내릴 때 만에도 외국쌀 먹인 자식 놈 제 애비도 몰라 볼 만큼 민심은 외할머니 떡 편이었다. 또한 1999년 이후 이웃 섬나라가 쌀 개방의 물결을 잠재우고 오늘날 세계 최고의 고시히카리 쌀 공화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을 앞세운 애국심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겠으나 모름지기 외할머니의 떡이 컸던 탓이었을 게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쌀 시장은 냉혹하기 그지없다. 극에 달한 시장경제 논리의 맹아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단순히 크기만 앞세운 외할머니 떡은 지나쳐 버린다. 지난 4월초 해방 후 최초로 밥쌀용 수입쌀 가게가 문을 열자마자 구름처럼 몰릴 것이라는 기대치와는 달리 냉기만 감돌자, 우리는 외할머니의 떡을 선택해 준 애국심에 감사했었다. 언론도 붓을 들어 한민족의 자긍심을 보여준 쾌거라고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과 3개월도 채 안되어 우리는 그 중국산 수입쌀 가게에 새벽녘부터 모여들어 한 톨이라도 더 사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며 길게 늘어선 상인들의 군상을 목격해야만 했다. 이러한 당혹스런 100일만의 상황 반전의 언저리에는 가격과 미질에서 차별화된 떡고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우리의 아픔이 자리하고 있었음이 분명할 게다.
그러한 맥락에서 전북 쌀의 현실을 본다. 최근 전북 쌀 브랜드가 전국 우수브랜드 평가전에서 단 한 개도 선발되지 못하는 고배를 마신 결과를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2년간 전북 쌀이 주곡지역으로서 전국 최고수준의 우수브랜드를 배출 해 오고 있는 터이기에 도민들의 상심은 더욱 클 게다. 기실 집중 호우와 냉해로 인한 원료곡의 품질저하, 재고 조기 소진에 따른 유통상의 문제, 소비자 선호 일본계 품종의 순도문제 등 탈락의 원인을 짚어 보는 아쉬움들이 다소 있을 수 있겠으나, 본질은 그렇지 않다. 70만톤이 넘는 생산량의 70%이상을 지역 외로 팔아야만 하는 전북의 쌀의 유통구조상 가격의 문제는 당장 풀어 나갈 수 없는 한계치라고 치부 될 수 있으나, 금차 평가 결과가 대변해 주듯 차별화 된 질 좋은 떡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그 떡이 아무리 커 보여도 지나쳐버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함이 옳다.
시류에 부응하듯 최근 전북도와 전북농협은 세계 최고 쌀 생산 다짐을 선언하고 RPC 운영조합장들은 고품질 쌀 생산유통의 의지를 담아 도민 앞에 서약했다. 전북도는 다양한 계층의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쌀 생산 기획단을 구성, 42천ha의 달하는 세계 최고 쌀 생산단지 조성 계획을 손질하고 있는가 하면, 왕겨 친환경 자원화사업, 공동육묘장 등 RPC(미곡종합처리장) 중심의 고품질 쌀 생산 기반시설 지원을 위한 자체예산 확보에 팔 걷어 부치고 나섰다. 또한 우후죽순격인 쌀 브랜드를 20개 내외의 지역별 대표브랜드로 통합하는 고품질브랜드 전략의 시동을 걸고 있다. 생산자 단체로서의 농협도 도.지자체와의 협력사업을 바탕으로 과감하고 혁신적인 전북 쌀 고품질화 프로젝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외할머니의 떡은 커야 하기도 하겠지만 맛있고 보기 좋아야 한다. 금차 전국 우수브랜드 쌀 평가전에서의 전북 쌀이 고배를 마셨다고 해서 허탈감에 빠지거나 체면 구겼다고 부산 떨 필요가 없다. 오히려 쓰디 쓴 고배는 보약이 될 수 있기에 우리는 내년도 평가전에서 그 떡의 진미를 맛보게 되리라 기대되며 이는 범도민적인 역량의 결집이 어우러져야함은 물론이다. 세계 최고 쌀 희망의 불빛이 보인다. 자신감을 갖자.
/나병훈(전북농협본부 양곡판매사업단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