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 사이 옹기종기...책장 넘기는 아이들...해맑은 눈망울 든든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서점은, 딱히 즐길 거리가 없던 청소년들에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또 다른 지식의 욕구를 충족해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켜켜이 쌓인 책 더미들 사이에 쭈그려 앉아 닥치는 대로 책장을 넘기던 미래의 문학 소년소녀들이 책방 주인의 눈에는 밉게 보이지 않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서점에 있던 그 수많은 책들은 지식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우리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 시절은 주머니에 달랑 동전 몇 개만 있더라도 서점 한쪽에 서서 읽어 내린 황석영과 톨스토이 덕분에 배 부르고 뿌듯해지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십여 년, 인터넷과 MP3, 휴대폰과 블로그가 점령해 버린 이른바 멀티미디어 시대에 서점의 자화상은 조금 쓸쓸해 보인다. 문학도를 꿈꾸는 청소년들은 그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디지털에 밀리는 종이책의 미래, 더구나 시장경제 논리에 함몰된 오프라인 서점의 앞날은 암울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무척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많은 책방 사람들은 어렵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디지털 콘텐츠가 아무리 세상을 지배해도 갈피 갈피에 스며있는 책의 향기마저 가져갈 수는 없을 테고, 대자본을 무기로 한 경제논리가 시장을 장악해도 저기 서가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장을 넘기는 유치원생들의 맑고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이 이제 그들에게는 든든한 응원군이 될 것이니까.
/홍지서림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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