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이치, 독자와 나누려는 마음
‘우리들 사는 삶이 이렇다. 내 인생도 보니까 우물쭈물 하다가 여기까지 흘러왔다. 뭐 하나 제대로 해 놓은 것도 없다. 어느덧 거울을 보니까, 봄날은 지나갔다. 봄날이 지나갔다고 해서 마냥 우울에 빠져 지낼 수는 없다. 과거만 생각할 일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도 호기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지 않겠는가. ‘음중양 양중음’이라고 하듯이 지나온 과거 속에 미래가 있고, 미래 속에 과거가 들어있다. 그걸 생각하면 삶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다.’
그의 ‘담화’(談話)는 ‘담화’(淡畵)가 아닐까 싶다.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엷게 채색한 그림처럼 마음이 물들어 가는 것을 느낀다.
강호동양학자 조용헌. 그가 새롭게 내놓은 「조용헌의 담화(談畵)」(랜덤하우스코리아)는 신화처럼 재밌고 고전처럼 깨달음이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생의 이면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오묘한 맛이다.
1961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그는 원광대 대학원에서 한국불교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20여년 간 발품을 팔며 풍수, 사주, 고승, 명리학의 대가들을 만나 교류를 가져왔다. 정신과 물질 모두가 풍요롭게 잘 사는 길을 찾기 위해서다.
늘 그렇듯 그가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것. “생각 없이 사는 것도 문제, 생각에만 빠져사는 것도 문제”라는 조씨는 건강한 사유와 건강한 세상살이의 조화에서 그 답을 구한다.
‘思入風雲變態中(사입풍운변태중) 萬物靜觀皆自得(만물정관개자득)’.
생각은 세상사 풍운의 변화하는 가운데서 얻어지고, 사물을 고요히 관찰하면 그 이치가 얻어진다는 뜻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담화는 바로 이런 것들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 팔자를 바꾸는 방법’. 조씨는 “팔자를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금을 막론하고 공덕(적선)을 쌓는 일이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이 착하게 살았는데도 그 자손이 흥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짜 선’(假善)이기 때문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기준도 특이하다. 남에게 이로운 것은 선이고, 자신에게 이로운 것은 악이라는 것. 남에게 이로우면 남을 때리고 욕하는 것도 모두 선이 될 수 있고, 자기에게 이로우면 남을 공경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도 모두 악이 될 수 있다. 조씨는 “공(公)이면 진짜 선이고, 사(私)이면 가짜 선이다”고 정리했다.
이 책에는 ‘그림과 함께 보는’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한국 화단에서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여류 한국화가 이보름씨의 그림이 책 속에 들어앉았다.
열정적이면서도 여백의 미를 지니고 있는 그림. ‘담화’(談話)와 ‘담화’(淡畵)가 합쳐저 ‘담화’(談畵)가 된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