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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 통계

마을 대소사 경비조달 주민들 공동재산 관리

고문서중에서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종류 중 하나이다. 매매문서에 기록되는 내용은 왜 토지를 매매했는가, 어디에 있는 무엇을 얼마에 사고 팔았는가, 사고 판 사람은 누구인가. 증인은 누구이고, 글쓴이는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내용 중에서 무엇을 왜 매매하게 되었는가, 사고 판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내용은 당시의 사회상을 엿보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오늘 소개할 문서는 토지를 매입한 주체가 동계(洞契:마을계)로 되어 있어 우리의 흥미를 끈다.

 

동계는 대동계(大洞契)·이중계(里中契)·동중계(洞中契)·동리계(洞里契)·촌계(村契)라고도 불렀는데, 우리나라에서 계의 기원은 삼국시대까지 올라간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리고 각종 동계의 형성도 기원이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전통 촌락에서는 대부분 마을의 공동행사를 위한 경비를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를 위해서 마을에서는 각 가구로부터 평등하게, 또는 등급을 정하여 현물이나 금전을 각출하여 공동재산을 형성하였으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 계를 조직하였다.그러나 공동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토지를 매입하여 그곳에서 나오는 수입을 공동기금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오늘 문서는 어느 마을인지는 모르겠지만 동계에서 1837년(헌종 3) 12월 1일에 같은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김일노(金一老)로부터 토지를 매입하면서 받은 문서이다. 이때 마을계에서는 김일노가 어떤 필요한 일이 있어 팔게 된 영촌(嶺村)에 있는 발자답(髮字畓) 3마지기를 27냥을 주고서 매입하였다. 김일노는 이 논을 외가로부터 상속받은 것이었다. 이는 김일노의 어머니가 친가에서 물려받은 토지를 다시 물려받은 것으로, 조선후기 재산 상속에서 이때까지도 여성도 재산을 물려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 거래에 장영오(張榮五)라는 사람이 증필(證筆)로 참여하였다. 이때 증(證)은 토지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증인으로 참가한 사람이며, 필(筆)은 문서를 작성한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문서의 말미에 재산을 파는 사람과, 이때 참여한 증인, 문서를 작성한 사람 등 세 명의 이름을 기록한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이 문서와 같이 증인이 직접 문서를 작성하기도 하며, 증인 없이 재주(財主)가 문서를 직접 작성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동계의 기금으로 처리했던 일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먼저, 조선 후기에는 세금이 각 마을마다 총액을 정해서 부과되기도 하였는데, 이때 마을에서는 마을에 부과된 세금을 공동 기금인 동계의 기금으로 납부하였다. 또는 마을에서 서당을 운영하면서, 이에 필요한 각종 경비를 부담하거나, 마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각종 행사의 경비로도 충당되었다.

 

이처럼 전통 마을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단합과 공동의 일을 처리하기 위한 동계가 조직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대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촌이 해체되어 가면서 마을의 공동 조직들이 해체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한미FTA의 체결로 농촌 공동체 문화의 해체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생각되어 아쉽기만 하다.

 

/(박노석 - 전주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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