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감동으로 남아 있는 시 다시 본다
읽고 싶은 책들이었다.
농민들의 눈으로 농촌생활을 촉감하고 있는 서정시의 보물 창고 「전원시편」(고은), 훌륭한 시적 재질과 고도의 지성을 가졌으면서도 모든 것들로부터 소외당한 80년대적 백수만이 할 수 있는 「반성」(김영승), 서정시의 평화로움에 정면으로 맞선 「진흙소를 타고」(최승호), 광주항쟁의 비극을 충만한 언어로 묘사하며 시대의 아픔을 감싸안은 「매장시편」(임동확) ….
1986년 고은의 「전원시편」부터 지난달 말에 출간된 심언주의 「4월아, 미안하다」까지, 20여년 동안 140여 권의 시집을 통해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이끌어온 ‘민음의 시’ 시리즈가 절판됐던 시집들을 재출간했다.
‘민음의 시’는 초기 오늘날 중견시인의 발판이 되어준 시리즈. 김영승 장정일 이문재 송찬호 조은 이진명 최정례 등 현재 한국시를 대표하는 중견들이 ‘민음의 시’를 통해 첫 시집을 선보였으며, 정호승 최승호 유하 송재학 차창룡 등이 시 세계를 펼쳐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쇄 형태가 활판 인쇄에서 옵셋 인쇄로 바뀌고 조판 형태도 식자에서 컴퓨터로 바뀌는 등 출판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한국 현대시 흐름을 대표할 만한 수많은 시집들도 절판됐다.
어떤 것들은 시인들에게조차 초판본이 없는 경우도 있었으며, 또 어떤 것들은 문예창작과 학생들 사이에서 책을 제본해 읽을 정도로 희귀한 명작으로 손꼽히는 경우도 있었다. 민음사 측은 “늘 이에 대해 독자들에게 송구스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며 “8개월 이상의 작업을 거쳐 절판된 시집의 초판본을 토대로 본문을 재입력하고 한자를 한글로 바꾸는 등 섬세한 작업을 통해 모두 현대 장정으로 복간했다”고 밝혔다.
민음사는 현재 절판된 시집 90권을 모두 양장본으로 재출간할 계획이다. 먼저 26권을 다시 내놨다. 재고가 전혀 남아있지 않거나 독자들로부터 재출간 문의가 자주 오는 작품을 우선 선정했다. 시집 한 권당 1000부씩 인쇄했다.
그 중에는 고은 「전원시편」, 하재봉 「안개와 불」 「발전소」, 유하 「세상의 모든 저녁」, 배용제 「삼류 극장에서의 한때」 등 전북 출신 시인들의 책도 포함됐다.
그동안 잊고 살아왔던 글귀들. 다시 만난 시는 여전히 가슴을 두드린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