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장)
가족은 지구상의 인간 누구나 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개념이 됨에 틀림없다. 한국인에게는 특히 이 ‘가족’이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더욱 커다란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공동체는 사회구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그 누구도 그 가족공동체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가족공동체가 현대 사회에 있어서 가족공동체로서의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가족공동체가 주는 비민주적이고 비 인권적인 그 부정적인 내용들이 묵인되어지고 있다. 특히 국제결혼으로 한국으로 이주해온 이주여성 가족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점차 증대되어지고 있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증가는 문화적 갈등, 언어의 갈등,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주여성은 남편의 폭력과 시집식구들에 의한 차별과 무시 등 여러 가정폭력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잘사는 가정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폭력가정도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이주여성과 혼인한 남성과 가족의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기도 하다. 인간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신의 권리를 타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위협 당하며 제한되어질 수 없다. 그 당사자가 가족이라도 하더라도 인간의 권리는 침해당할 수 없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이주여성들은 가장 가깝게 자신들을 보호해줘야 할 의무를 띄고 있는 가족들에 의해 폭력을 당하며 두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을 경험하게 될 경우, 그냥 참고 사는 경우가 많이 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의하면 참고 사는 경우가 30%를 차지했다. 이주여성들은 남편이 이혼시킬까봐 걱정돼서, 아이 때문에, 강제출국 시킬까봐, 비자를 연장시켜주지 않고 국적취득을 안 해 줄까봐, 더 폭력이 짙어질까봐서 등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가정폭력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한국남성이 이주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배타적 민족주의를 배경에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주여성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남성들은 아내의 나라를 몹시 열등한 나라로 보고 배격한다. 남성들은 아내의 나라를 거지 나라로 표현하기도 하고, 갈등이 발생할 때 마다 “너 나가, 베트남 가”라는 말을 던지게 되는데, 한국에서 아무런 연고 없는 이주여성들은 정말 짐을 싸들고 가출하게 되는 사례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가정폭력이 발생요인 중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요인은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에서 오고 있다. 이주여성 가족의 경우, 내국인과의 혼인에 비해 더욱 더 큰 배려와 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한다”는 옛 속담에 연연하여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지 말고, 이주여성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빠른 동화를 기대하기 전, 아내의 언어와 문화, 그 나라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남성과 가족이 먼저 아내에게로 동화하려는 노력을 할 때 가정의 행복이 시작되어질 것이다.
/이지훈(아시아이주여성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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