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애·유경 글(서해문집) - 중년이후 건강·결혼·연애·죽음
우리가 종종 쓰는 말 중에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칠순을 훌쩍 넘긴 어머니가 마흔을 넘긴 아들에게 말한다.
“어떻게 젊은 네가 나보다 더 빌빌대냐?”
어째 뒤바뀐 듯한 느낌이다.
“칠십 고개를 넘으면서 내가 코웃음 쳤던 어머니 말씀이 자꾸만 떠오르는 건 웬 일일까요. “넌 늙은이를 몰라도 참 모른다”던 어머니 말씀대로 늙는다는 걸 너무 모른 채 책을 냈었다는 걸 자인해야만 했습니다.” (고광애)
“마흔여덟, 저는 요즘 “낼모레 쉰”이라는 말이 저절로 실감 나는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십 고개가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숫자상의 느낌만이 아니라, 제 몸과 마음 모두 젊어서의 생생함 혹은 푸릇푸릇함에서 상당히 멀어졌다는 자각 같은 것을 하게 되어서입니다.” (유경)
마흔과 일흔. 그 간극은 크지만,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이나 아름답게 이별하는 법에 대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노년상담가 고광애씨(71)와 죽음교육 강사 유경씨(48)가 만나 인생에세이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서해문집)를 펴냈다.
“요즘 너나없이 마흔, 마흔 하는데 마흔이 어쨌다고 이리 호들갑인지 모르겠어요. 사실, 사십은 불혹의 시대가 아니라 ‘유혹의 시대’죠.”
KBS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에서 노년 상담 코너를 맡고있는 고민해결사 고씨는 “이 시대에 마흔이란 나이도 ‘얘깃거리’가 될까”라며 반문하지만, “아무쪼록 빨리 가버릴 청춘기에 유행가 가사 모양, 있을 때 잘해”보라고 말한다.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해 1년 정도 기자생활을 했지만,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로 살아온 시간들. 50대로 접어들면서 노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해 예순넷이 되던 2000년, 첫 책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를 펴냈다.
“우리가 나이 먹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나이 먹는 것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나이 먹는 것이 중요해서입니다. 사람은 먹고 자기만 해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나이를 먹습니다. 그러니 나이는 자랑이 아닙니다. ‘제대로’ 나이 먹지 않는다면 누구나 먹는 나이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말입니다.”
유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프리랜서 사회복지사다. CBS 아나운서로 일하던 중 노년 프로그램을 맡았던 것이 인연이 돼 ‘노년준비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고, 최근에는 ‘죽음준비 교육’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어르신사랑연구모임’을 운영하며 한국문화원연합회 ‘땡땡땡! 실버문화학교’에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다.
마흔과 일흔이 대화하듯 쓴 인생노트에는 중년 이후의 건강과 은퇴, 연애와 결혼, 죽음 등이 담겼다. 어른들이 나이값 해주길 바랬던 기대도 줄일 수 있으며, 노인에 대한 오해도 이 곳에서 풀 수 있다.
우리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하루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죽음에 대한 자세는 꼭 새겨둬야 할 대목.
고씨는 “사람이 펄펄할 때는 죽음준비를 하고, 죽어갈 때는 잘 살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으며, 유씨는 “죽음의 모습은 먼저 떠나는 사람이 남아있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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