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24 19:21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주말 chevron_right 책의 향기
일반기사

[책의 향기] 이웃을 이해하고 나누는 삶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터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인디언은 거의 다 주인공을 위협하는 악당이거나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조연일 뿐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백인 우월주의의 한 양상이다. 설혹 영화 속에서 얼굴이 까무잡잡한 인디언이 주인공으로 설정된다고 해도 대개는 백인 관찰자의 시선에 의해 줄거리가 전개될 뿐이다. 인종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약탈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1930년대 미국을 휩쓸고 갔던 대공황을 배경으로 하면서, 그 주변부로 밀려난 인디언의 영혼의 싸움을 그 줄거리로 삼고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어찌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다.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 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라는 말이 그것을 압축하고 있다.

 

인간다운 삶의 지속은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서 나온다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꾸어야 하며, 그 비결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물질주의의 거대한 급류에 휘말려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설교'는 한 가닥 지푸라기만도 못한 주제일 수 있다. 하찮은 들꽃 하나, 작은 나무 한 그루에 스며들어 있는 '영혼'을 그들은 믿지 않으려고 하니까.

 

일견 단순해 보이는 체로키 인디언들의 생활 방식은 실제로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되어 온 교육의 결과이다. 그 단순성 속에는 자연에 대한 세밀한 배려와 이웃과 친구를 향한 따뜻한 신뢰가 깔려 있다. 그것은 이 책에서 백인 중심주의를 상징하는 각종 정치가들을 묘사하는 대목과 잘 대조가 된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멸망사를 다룬 디 브라운의 『나를 운디드 니에 묻어 주오』를 오래 전에 읽은 이라면, 그 후 20세기 초 인디언들이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문명의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들이 새와 나무와 풀들과 나누었던 영혼의 대화는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현대문명이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을 때 또 다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출구가 될 터이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올 여름에 매미소리가 들리는 나무그늘에서 이 소설을 펼쳐 봐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큰 소득이 하나 생겼다. 내 아들에게 귀가 닳도록 해줄 말을 여기서 발견한 것이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 것이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본지서평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