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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이제 치열해질 때다 - 문해남

문해남(해수부 해운물류 본부장)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전에 내무부에 근무하던 친구에게 들은 얘기다. 당시 내무부에서는 전북과 충북이 가장 지방자치가 잘 되고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단다. 두 도(道)는 뭐 하나 먼저 요구할 줄도 모르고 회의 소집 전에는 올라오지도 않고, 회의를 소집해도 끝난 후에 다른 도 간부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업무 협의를 하는데, 전북에서 온 간부는 회의 끝나면 그냥 돌아가기 바빠하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겼다고 했다. 중앙에서 지시하거나 지침이 없으면 먼저 제기하거나 요청하는 법도 없었단다. 많이 과장된 얘기이고 지방자치가 실시되는 지금은 전혀 다르겠지만, 타 도 출신이던 친구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때의 씁쓸함은 오래 남아 있다. 전북 사람들의 특징을 잘 꼬집고 있어서였다.

 

타 지역 사람들은 전북 사람들을 양반이라고 한다. 좋은 말이긴 하다. 그들이 이렇게 얘기할 때 어떤 악의도 없다. 그러나 우리끼리도 이 말에 만족하고 즐거워만 해야 하는가. 이 양반이라는 말을 반추해 보면 여러 가지 부정적인 면들도 같이 있다. 우선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끼리끼리는 모여도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또 끼리끼리도 잘 단합하지도 못한다. 굶어 죽을지언정 부탁하지 못한다. 해주길 바란다. 안 해주면 투덜대다가 그냥 만다. 변화에 능동적이지 못하다. 시대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늘 뒤처진다. 한마디로 21세기에 맞지 않는 말이다.

 

지금은 온 세상이 정보화되고 세계화되어 있다.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국가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은 국가간뿐만 아니고 자치단체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경쟁의 세상이다. 전북이 생각지 못한 것들을 다른 지역에서 찾아내어 앞서가고 있기도 하고, 전북이 구상하고 있는 것들을 다른 곳에서 먼저 시작하여 선점당하기도 하고 있다. 함평 나비 축제같은 성공한 관광상품이 그 한 예이고 새만금이 늦어지고 있는 사이 앞서가고 있는 서남해안 개발이 또 다른 예이다.

 

이 경쟁시대에 살아남고, 또 앞서가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중의 하나가 양반의 부정적인 모습을 털어버리는 것이다. 치열해져야 한다. 남이 해주길 바랄 게 아니라 직접 해야 한다. 전북 일을 어느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힘을 모으지 않고 사안마다에 최선을 다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된다. 우물 안에서 말만 할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도 모아야 한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열심히 뛰어 다녀야 한다. 전북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중앙 언론에 한 줄도 보도되지 않으면 세상은 모르고 넘어 가는 법이다.

 

양반의 품격과 지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양반같은 태도로 사는 세상은 지났다. 내 풍토에 맞는 과일나무를 찾아 심고, 힘을 모아 잘 가꾸어, 과일이 익으면 떨어지기 전에 잘 따서 세상에 내다 팔아야 한다. 남의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앉아 기다리다가는 까치밥도 차지가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치열해질 때다.

 

/문해남(해수부 해운물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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